베트남 다이제스트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뜨는 여행지가 있습니다.
다녀온 여행객들의 입소문에 이제는 대박 여행지의 조짐을 보입니다.
베트남 중부 - 다낭, 호이안, 후에 지역입니다.
첫 여행을 시작하면 한 곳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욕심에 주마간산이라도 많은 곳을 훑고 지나갑니다. 이런 여행이 몇 차례 이어지고 나면 도장 찍기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여유로운 여행을 준비하지만, 현지에 도착하면 주변 여건이 편안한 여행을 허락지 않습니다.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편안하게 쉬며 볼거리 다양한 여행지란 정녕 없는 것일까?
번잡하지 않아 여유롭고, 볼거리 다양하여 심심하지 않으며, 날씨가 좋아 사계절 이용 가능한 곳. 그 답을 제시해주는 곳이 바로 베트남 중부여행입니다.
살고 싶은 도시 다낭
다낭은 남북으로 긴 나라 베트남의 중심에 있습니다. 북쪽에 있는 행정 수도 하노이와 남쪽에 치우친 경제 수도 호치민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되어 무역항으로 자연스럽게 컸습니다. 지금은 베트남 다섯 개 직할시 중 하나가 되었으며 도시 인구는 2014년 추정치가 약 100만 정도라고 합니다. 적당한 도시 규모 덕에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그야말로 생활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지닌 도시입니다.
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손짜반도라는 독특한 지형 탓에 섬에 온 듯한 착각을 주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손짜반도에서 호이안 해안까지 남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미케 해변은 깨끗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랑코 비치 역시 해안선이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리적 여건과 천혜의 자연이 다낭을 베트남에서 가장 선진화된 도시로 키우고 있습니다.
다낭의 뷰포인트
다낭은 볼거리 보다 즐길 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미케 해변을 끼고 들어선 호텔들의 시설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하다 맛집을 찾아 시내를 탐방하거나 한강 주변을 걸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오행산 (마블산)
다낭의 외곽, 호이안 가는 길에 자리 잡은 오행산은 이름처럼 5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산이 모두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마블산이란 별칭으로 불립니다. 다섯 개의 산 중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은 투이손산으로 흔치 않은 동굴사원, 석상들이 있어 한두 시간 틈을 내어 찾아볼 만합니다. 야트막한 동산이라 150여 개의 계단을 쉬엄쉬엄 오를 수 있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다낭 남쪽의 모습은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시원합니다.
손짜반도와 영응사
미케해변에서 북쪽 끝 손짜 반도쪽을 보면 하얀색의 아주 커다란 불상이 보입니다. 해수관음상의 높이가 65m나 되고 밤에는 조명하므로 손짜반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불상이 있는 곳이 영응사라는 큰 사찰입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이곳을 방문하여 다낭 시내와 미케비치의 각선미를 조망할 이유가 되는 곳입니다.
다낭 대성당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다낭 성당은 분홍색 외벽이 눈에 뜨이는 건물입니다. 첨탑 십자가 위에 프랑스 왕실을 상징하는 수탉이 있다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1923년 지어진 다낭 대성당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다낭의 뷰포인트로 정한 이유는 구시가지의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솟은 다낭 시청과 노보텔이 있습니다. 야경을 보기 위한 뷰포인트로는 노보텔 스카이 36 전망대에 올라 볼 것을 권합니다.
하이반 고개
다낭에서 후에를 가려면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산을 넘는 길과 터널을 통과하는 길. 2005년 개통된 하이반 터널을 이용하면 후에까지 두 시간 반가량 소요되고 하이반 고갯길을 넘는 구도로로 가면 한 시간이 더 걸립니다. 왕복한다면 무조건 두 길을 다 이용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엔 하노이에서 호치민을 잇는 1번 국도가 이 하이반 패스를 넘지 않으면 통과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고개 정상이 496m라고 해서 얕볼 수준이 아닙니다. 이 길은 산과 해안선이 조화를 이루어 "디스커버리가 선정한 세계 10대 비경"이라는 확인 불가능한 풍문이 있습니다.
유네스코 문화 도시 호이안
호이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하면 틀림없이 몇 가지 부분에서 궁금증이 일게 됩니다. 첫째는 서양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 두 번째는 전쟁을 치른 베트남에서 유독 이곳만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세 번째 궁금증은 뒤섞여 있는 건축 양식들입니다. 그 답은 바로 "해상 실크로드"에 있습니다.
다낭에서 30Km 정도 남쪽에 있는 호이안은 천 년 전부터 무역항으로 발전한 도시입니다. 도심을 스치며 투본이라는 큰 강이 흐르는데 이 강 하류가 워낙 넓어 바다인지 강인지 구별이 안 될 만큼 큽니다. 거친 파도에 시달리던 배가 이곳으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자연스럽게 물물 교환을 하게 되면서 무역항의 여건을 갖춘 셈인데 15세기부터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호이안은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장소로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16~17세기 무렵에는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중국 상인들이, 다른 한쪽은 일본 상인들이 거주하였고 번성기에는 천 명이 넘는 일본 상인들이 상주할 만큼 호이안이 커졌습니다. 그 후 에도시대를 맞아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자 일본사람들이 떠나면서 이 도시도 함께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월남전이 치열하던 당시에 호이안은 작은 마을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이 마을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한적하고 독특하게 남아 있는 흔적들이 서양 사람들 기호에 딱 맞아 떨어져 다시금 명성을 얻는 걸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호이안 즐기기
호이안은 작은 마을이지만 오밀조밀 아기자기합니다. 유럽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며칠씩 진을 치다 간다니 신기하기도 하고요. 관광객이 꼭 들르는 장소는 중국인 거리의 광조회관, 일본인 거리를 이어주는 내원교, 풍흥의 집, 쩐가사당 등인데 이곳을 가는 길에 보이는 소소한 길거리 풍경이 더 맘에 드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호이안은 재사보다 잿밥이 더 맘에 드는 곳이라 해야겠습니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보고 남는 크기이지만 곳곳에 있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수공예품을 돌아보며 천천히 걸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틈이 난다면 투본강에서 보트를 타고 도자기 마을과 목공예 마을을 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호이안은 특히 밤거리가 예뻐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한 번 시내를 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베트남 물가 덕에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해도 2만 원이 넘지 않으리라 봅니다.
어제 이 페이지가 다음 메인에 뜨고 오늘은 또 다른 분이 쓴 다낭, 호이안 여행기가 메인에 올랐습니다.
여행이 모두 꿈처럼 흘러가지 않으니 호이안을 가실 때 아래 여행기도 참고를 해보세요.
줄라이 조던님의 "한 번으로 족했던 다낭 여행"
https://brunch.co.kr/@julyjoje/5
베트남의 경주 후에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엔 왕조의 수도였습니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143년간 베트남을 통치했던 응우엔 왕조는 13대 왕 바오다이가 호치민의 베트남 민주공화국 독립 선언으로 퇴위를 당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후 월남전이 일어나고 “후에”는 남과 북의 대치점에 위치하여 공습으로 인해 심각한 파손을 당하게 됩니다. 공산정권 초기에 “후에”는 봉건시대의 유적이라는 이유로 방치상태로 있다가 베트남 정부의 정책 변화 후 유적 복원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후에 돌아보기
후에는 문화 유적을 보는 곳입니다. 유적지가 분산되어 있어 도보여행은 불가능하므로 일일 투어에 참석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기점이 되는 곳은 구시가지에 있는 왕궁이고 티엔무 사원과, 투득왕릉, 카이딘왕릉은 꼭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후에 왕궁
1804년부터 지어진 후에 왕궁은 중국의 자금성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가로와 세로 2km 반경에 5m 높이의 성을 쌓고 그 바깥쪽에 해자를 파서 향강에서 물을 끌어 드린 성채입니다. 태화전을 중심으로 정확하게 좌우 대칭으로 이루어진 성채는 선왕의 위패를 모신 지역, 여자들이 거주하는 지역, 왕의 처소와 교육기관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월남전 당시 심각하게 파손되었으나 서서히 복원 작업을 진행하여 옛 모습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티엔무 사원
향강이 내려다보이는 티엔무 사원에 세워진 7층 파고다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건축 당시에는 층마다 금동불상을 안치해 놓았다는데 지금은 도난당하고 없습니다. 이곳은 소신공양으로 반체제 시위에 불을 댕긴 틱광득 스님의 근거지로 사원 옆에 유품으로 남긴 자동차가 전시되어있습니다.
왕릉
후에에는 7명의 군주가 묻힌 왕릉이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의 왕릉과는 달리 많은 건축물이 함께 있어 작은 왕궁 같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이 중 민망왕릉, 투득왕릉, 카이딘 왕릉이 유명하여 후에를 찾는 사람들이 꼭 다녀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베트남 중부지방 여행 Tip
위의 세 도시를 방문하려면 다낭이 기점이 됩니다. 항공편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베트남항공, 제주에어 진에어 등 많은 항공이 번갈아 운항하여 요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취항 항공 일정상 3박 5일이 주가 되며 이에 맞추는 것이 편합니다. (오후에 출발하여 밤에 도착하고 돌아오는 비행편은 밤늦게 출발하여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합니다.)
다낭을 중심으로 남쪽 30Km 정도에 호이안이 있고 북쪽 120Km 정도에 후에가 있습니다. 차로 이동할 때 호이안은 40분 정도, 후에는 도로 사정상 3시간 예상을 하여야 합니다. 3박 모두 다낭에 숙소를 잡고 호이안과 후에를 하루씩 다녀올 수 있지만, 이동 시간이 긴 후에는 일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낭, 호이안, 후에 모두 숙소를 정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초특급 5성급 호텔부터 2성급까지 다양하여 사정에 따라 선택 가능합니다.
3박 5일 여행에서는 별로 서두를 일이 없습니다. 편안한 휴식을 원한다면 비치가 있는 해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낸 후 맛집 탐방을 나설 수도 있고, 하루쯤은 호이안이나 후에를 다녀오는 일정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 여행사에서 취급하는 패키지 프로그램도 휴양형과 관광형이 별도로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낭 지역의 날씨
베트남 중부의 날씨는 2 계절로 나뉘는 열대 몬순 기후입니다. 1월부터 8월까지는 건기, 9월부터 12월까지는 우기이며 우기라 하여도 비가 온종일 내리는 우리의 장마와는 다릅니다. 스콜이라 하여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다가 뚝 그치기 때문에 잠시 비를 피하면 여행을 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6, 7, 8월은 가장 더운 시기로 최고 기온이 40도 가까이 상승하는 반면 12월과 1월은 평균 23도 정도로 생활하기 아주 좋은 때가 됩니다. 날씨와 온도를 조합해 보면 1월부터 5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고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다면 6, 7, 8월도 좋습니다. 11월과 12월은 보통, 9월과 10월은 비 오는 날이 많아서 비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