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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성당을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상식 몇 가지

유럽의 성당 TOP 5

by utbia 김흥수
유럽에서 성당이란...


유럽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성당입니다. 서기 1년 예수가 탄생하고, 313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가톨릭을 국교로 정한 이후 지금까지 유럽은 크리스트교 문화가 이어집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이전 유럽은 가톨릭이 지배를 했습니다. 종교의 힘이 정치 위에 있어 황제조차 교황의 눈치를 보아야 할 만큼 교회의 힘은 막강했습니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유럽의 문화는 성당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래도 신을 찬미하는 도구였고 미술도 성화만 그려졌습니다. 건축이나 조각도 성당을 꾸미는 도구였습니다. 이런 바탕을 가진 유럽에서 성당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유럽에선 성당을 방문하는 것이 그 문화를 보는 것입니다. 성당은 외부 건축물도 거창하지만, 내부에 있는 예술품의 가치가 상당합니다. 박물관을 가듯 성당을 대하시면 불편함이 없으리라 봅니다.



프레스코화
04-16-01.jpg 멜크 수도원 도서관 천장 프레스코화 2008. 05. 15 SONY α700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프레스코화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프레스코화는 벽에 회칠하여 이 회가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자연스럽게 그림이 벽 일부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그림은 특성상 밑그림을 세밀하게 그릴 수 없고 수정이 몹시 어렵습니다. (그림 수정을 하려면 마른 회벽을 벗겨내야 하므로 보통 일이 아닙니다) 대신 이 그림은 보존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물감이 마르지 않은 회 속에 스며 몇백 년이 지나도 벽 일부로 그대로 남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럽 대부분 성당이나 궁전 같은 큰 건축물의 벽과 천장 부분을 회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도 당연히 프레스코 화입니다.


유명한 벽화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프레스코화가 아닙니다. 이 그림은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식당 벽을 장식하고 있는데 독특한 염료를 사용하여 (템페라화) 그림을 그렸습니다. 천재도 그림을 그릴 때 이 방식이 보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나 봅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최후의 만찬은 동시대에 그려진 프레스코와 달리 거의 훼손된 상태에서 근간 완전 복원하여 볼 수 있게 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는 방금 그려 놓은 듯 생생합니다.



세례당과 본당
04-16-02.jpg 피사 대성당 세례당 2007. 05.26 SONY α100


로마의 라테란 대성당, 피사의 피사 대성당, 피렌체의 두오모엔 본당 외에 세례당이라는 작은 건물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 건물은 세례의식을 거행하던 장소로 성당의 부속 건물입니다. 가톨릭이 로마 국교로 공인된 4세기부터 지어진 성당들은 초기에 모두 세례당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물을 끌어들이는 수도 시설이 발달하고 세례의식이 간소화되면서 성당 내부에서 세례식을 거행하게 되어 별도의 세례당이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12세기 후반부터 지어진 성당에 세례당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피사와 피렌체 대성당의 세례당은 예술적인 가치가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성당의 종탑이 높은 이유는 종소리가 멀리 퍼지게 하는 본연의 기능도 있었지만 대부분 도시 국가로 지내던 유럽에서 적의 침입을 경계하고 화재나 천재지변을 대비한 감시탑 용도로도 쓰였기 때문입니다.



신화나 성화에 나타나는 지물
04-16-03.jpg 베네치아 날개 달린 사자 (복음사가 마르코를 상징함) 2015. SONY α77M2II


사진이 없던 시절 누군가를 그려내면 모습이 다 달라 별도 설명이 없다면 누구를 뜻하는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그림이나 조각에 설명서를 붙여 둘 수도 없었습니다. 이를 쉽게 구분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물을 사용합니다. 위에서 말한 열쇠가 베드로의 지물이라면 칼은 바오로의 지물이 되겠습니다, 복잡한 신화 속 인물들도 모두 이런 지물을 한두 개씩 갖고 있습니다. 신의 왕 제우스 경우 주로 독수리와 번개로 표현되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삼지창, 헤라클레스는 몽둥이 이런 식입니다. 이 지물은 직접 지니기도 하지만 그림 속에 은근히 표현하여 이것을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


성당에서는 신약성경을 쓴 4명의 복음 사가들의 지물을 자주 대합니다. 4 복음 사가는 마태, 마르코, 루카, 요한입니다. 마태오는 그의 복음이 예수님의 인간성을 부각시킨다 하여 사람이나 천사의 모습으로, 마르코는 복음의 서두가 사자의 울음처럼 장중하게 시작된다 하여 사자로, 루카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죄를 대신 속죄하는 제사라고 묘사하여 제물로 쓰이는 황소로, 요한은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여 하늘을 나는 독수리로 표현합니다. 베네치아의 상징이 날개 달린 사자가 된 이유는 마르코 복음 사가를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이유입니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이유
04-16-04.jpg 러시아, 페테르브르크 성 이삭 대성당 중앙 돔 2010. 06 SONY α700


창세기에 노아의 홍수가 있습니다. 이 홍수 이야기 끝에 노아가 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냈습니다. 이 비둘기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와서 대홍수가 끝나고 가까이 땅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 상징성 때문에 비둘기와 올리브 나무는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크리스트교에서 비둘기는 성령을 뜻합니다. 마태복음과 누가 복음서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동안 성령이 비둘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후 기독교에서는 보이지 않는 성령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비둘기를 씁니다.



헷갈리는 성당의 이름과 지명 정리
04-15-03.JPG 스페인, 세비아 대성당 성가대석 2015. 03. 28 SONY α77M2II


피렌체 대성당을 ‘꽃의 성모 성당’이라 부르듯,

성당마다 특이한 이름이 하나씩 더 있어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기독교 초기 성당의 태생 방식에 있습니다.

초기에는 성당이 순교자의 무덤 위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이 베드로 사도의 무덤 위에 지어졌죠.

이런 전통 때문에 성인의 이름이 성당 이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순교의 시대가 끝난 뒤,

새로 세워지는 성당들은 수호성인을 한 분 정해

그분의 이름으로 성당을 봉헌하게 됩니다.

그래서 각 성당마다 ‘수호성인 이름’이 붙는 것이죠.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한 도시 안에 성당이 여러 개 생기자,

도시 이름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성인의 이름이나 상징을 함께 붙이게 되었고,

그 결과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처럼

성인명과 상징어가 결합된 이름이 생겨난 것입니다.

지금은 보통 한 이름만 쓰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의 성당에는 지명 외에 수호성인의 이름이 하나씩 더 있습니다.

그걸 알면 이름이 헷갈려도 금세 이해가 됩니다.


두오모, 돔, 그리고 담의 차이

밀라노는 단순히 ‘밀라노 두오모’라 부르고, 베네치아의 경우는 ‘성 마르코 대성당’이라 부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성당(주교좌 성당)을 ‘두오모(Duomo)’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크거나 웅장한 성당을 뜻하는 게 아니라,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는 본당 성당을 말합니다.

그래서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대성당은 규모가 커도 주교좌가 아니기 때문에 ‘두오모’라 부르지 않습니다.

초기에 주교좌성당이었다가 나중에 주교가 옮겨가도 그 이름이 그대로 남는 경우도 있지요.

어쨌든 ‘두오모’라면 대부분 역사와 예술성이 뛰어나 찾아가 볼 가치가 충분한 성당입니다.

참고로, ‘두오모(Duomo)’는 영어의 ‘돔(Dome)’과 비슷하게 들리지만 뜻은 전혀 다릅니다.

‘두오모’는 라틴어 Domus Dei(하느님의 집)에서 온 말입니다.

즉, ‘돔이 있는 건물’이 아니라 ‘신의 집’이라는 의미지요.

독일에서는 대성당을 ‘돔(Dom)’ 이라고 부릅니다.

쾰른 대성당의 이름도 Kölner Dom이죠.

이 단어 역시 라틴어 Domus에서 유래해 ‘하느님의 집’을 뜻합니다.

반면, 네덜란드의 ‘담 광장(Dam Square)’은 전혀 다른 어원으로, ‘둑’이나 ‘제방’을 의미합니다.

이 둘은 철자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단어입니다.


노트르담의 뜻

프랑스로 가면 또 다른 이름이 등장합니다.

‘노트르담(Notre-Dame)’ 성당입니다.

파리의 대표적인 성당,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 무대가 된 바로 그곳이죠.그러나 이 “노트르담”이 파리만 있는 고유명사가 아닙니다.

‘노트르담’은 영어로 하면 Our Lady,

즉 ‘우리의 귀부인’ = 성모 마리아를 뜻합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나라 전체 웬만한 곳은 다 “노트르담”입니다.

가톨릭 전통에서는 마리아를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합니다.

단순히 예수의 어머니로서만이 아니라 ‘하늘의 별’, ‘신의 꽃’처럼 신성한 상징으로도 불리죠.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스텔라(Stella, 별)’가 마리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피렌체 두오모 ‘꽃의 성모 성당’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마리아를 수호성인으로 모신 성당이라는 뜻입니다.


성(聖)이 붙는 지명과 이름의 비밀

유럽 지명 중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는 ‘성聖(Saint)’일 것입니다.

영어로는 Saint, 프랑스에서는 Saint / Sainte(상 / 생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San / Santa, 독일에서는 Sankt, 러시아에서는 Sankt(상트)로 씁니다.

이 단어가 붙으면 반드시 그 뒤에 성인의 이름이 옵니다.

예를 들어, 성 베드로(Petrus → Peter),

성 바오로(Paulus → Paul),

성 마리아(Maria → Mary).

이 이름들이 유럽 전역의 도시와 성당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성당을 부르는 또 다른 표현이 있습니다.

‘바실리카(Basilica)’는 원래 로마 시대 공공 회당을 뜻했지만, 지금은 교황청이 특별히 지정한 특별 지위의 성당을 말합니다.

모든 대성당이 바실리카인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신앙적 의미가 깊은 성지는 ‘대(大)바실리카’나 ‘소(小)바실리카’로 불립니다.

프랑스나 영어권에서는 ‘카테드랄(Cathedral)’,

독일어권에서는 ‘키르헤(Kirche, 교회)’라는 표현을 씁니다.

각 지역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결국 모두 ‘신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으로 이어집니다.

성당 이름은 신앙의 지도이자, 중세 사람들의 GPS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곳은 누가 보호한다., “이 성인은 어떤 기적을 베푸셨다” —

이런 메시지가 이름 속에 다 담겨 있었던 것이죠.

순한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모성’과 ‘보호’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시마다 “이곳은 성모님께 바친 성당”이라는 의미로

노트르담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말 속에는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위로”라는 정서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 콘 화
04-16-05.jpg 릴라 수도원 성당 외벽을 장식한 이콘화 2014. 09. 28 SONY α900


성당에서 벽화나 모자이크, 목판 등에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 천사 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들을 그린 그림을 통틀어 이콘화라 부릅니다. 폭을 더 넓힌다면 다른 종교의 성화, 즉 불교의 탱화도 이콘화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콘화는 동방정교회에서 의식에 쓰는 성화를 이콘화로 압축합니다. (우리가 웹에서 아이콘이라 부르는 그 단어가 바로 그리스어로 ‘이콘’입니다)


가톨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동방 정교회는 성상보다 이 이콘화를 성당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유럽 지역의 동쪽 발칸, 그리스, 러시아까지 동방 정교회가 지배하는 지역입니다. 동방 정교회를 방문하면 가톨릭 성당과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외부에서 보면 교회의 첨탑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흔히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대표되는 모스크바 성 바실리 성당의 양파 모양 첨탑이 동방 정교회 성당의 대표 격이 될 것 같습니다.


내부에서는 가톨릭 성당에서 만나는 조각품보다 성화 (이콘화)가 주류를 이룹니다. 이 이콘화는 오랜 세월 동안 발전을 하여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지닌 작품이 많아 동방 정교회를 방문하는 재미를 줍니다. 동방정교회의 눈에 뜨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성당 안에 의자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동방 정교회 미사는 서서 진행됩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성당 창 측으로 몇 개의 의자를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며 미사 시간도 보통 두 시간 정도로 상당히 긴 편입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서서 미사를 보는 분들의 심신이 놀랍습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 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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