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궁전
프랑스, 파리 근교 / 베르사이유 궁전 [Chateau de Versailles]
베르사이유는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크고, 웅장하며 화려한 궁전입니다. 원래 루이 13세가 지은 사냥용 별장이었으나, 1662년 무렵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대 정원을 착공하고 1668년 건물 전체를 증축, 1680년대 다시 커다란 건물 2동을 증축하고 남쪽과 북쪽에 별관과 안뜰을 추가하여 전체 길이가 680m에 이르는 대궁전이 되었습니다. 이때 정원 쪽에 있던 주랑을 '거울의 방'이라는 호화로운 회랑으로 만들고, 궁전 중앙에 있던 방을 '루이 14세의 방'으로 개조했습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절대왕권을 추구한 왕입니다. 궁전을 파리에서 베르사이유로 천도한 이유도 파리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절대왕권을 쥐고 봉건 영주와 귀족, 고위 관료를 길들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용하였다는 쪽이 정설에 가깝습니다. 도시에 연고가 있는 귀족과 영주, 고위 관료를 지방으로 옮겨 궁에 모아 놓자 명령복종이 빠르고 쉽게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절대 권력이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루이 16세에 이르러 왕과 왕비가 모두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비운을 맞습니다. 당연히 프랑스의 권력 중심은 베르사이유에서 파리로 이동하고, 주인을 잃은 베르사이유는 빈집이 되어 관람객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였습니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화려한 실내장식과 더불어 바로크 양식의 전형이라 불리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혼자 가셔도 돌아보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다만,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는 곳이니 주의를 요합니다. 아~ 또 하나…. 궁전에서 눈길 닿은 곳 모두가 정원입니다. 걸어서 정원을 끝까지 산책하려는 생각은 접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 쇤브룬 궁전 [Schönbrunn Palace]
유럽 최대의 왕가, 그리고 유럽 최대의 통치 제국을 건설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이라는 쇤브룬 궁전은 방의 수가 1,441개에 달하는 대형 궁전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절대 왕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합스부르크 옐로'라 불리는 노란색 건물은 내부에 호화로운 로코코 양식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50만 평의 넓은 대지와 궁전은 196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쇤브룬 궁전 안에 있는 동물원과 식물원은 세계 최초의 동물원과 식물원입니다.
이러한 절대 왕정의 화려한 궁전도 오스만 튀르크의 침공으로 복구 불능 사태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696년, 레오폴트 1세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새로운 성의 건설에 착수하여 오스트리아 바로크 양식의 대가인 건축가 피셔 폰 에를라흐의 설계 아래 공사를 진행, 18세기 중엽 합스부르크 왕조를 장기 집권했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 시대에 이르러 완벽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는 쇤브룬에서 여름을 보냈으며, 통치 시절 여섯 살 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궁전에 초대받아 여왕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림이 궁전 벽에 그대로 걸려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끕니다.
쇤브룬 궁전의 화려함은 1918년 합스부르크 왕조의 몰락과 함께 사그라지고 현재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써의 역할만 합니다. 1,441개라는 엄청난 개수의 방이 있지만,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사무실과 임대주택으로 사용 중입니다. 이 궁전의 이름이 쇤브룬인 이유는 17세기 초 마티아스 황제가 사냥 중 우연히 샘을 발견하면서 작은 쉼터를 세우고 '아름다운 샘'을 뜻하는 쇤브룬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궁전 뒤 '글로리에테'라 불리는 멋진 아치가 정원 언덕에 있어 이곳에서 보는 궁전 전체 조경과 비엔나 시 전경이 일품입니다. 이곳도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한국어 오디오 서비스가 있습니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수신기를 대여하면 가이드가 없어도 관람에 문제가 없습니다.
P.S : 궁전 외곽과 정원, 글로리에테만 보신다면 티켓을 끊을 필요가 없습니다. 궁전 내부만 유료입장이며 티켓은 궁전 정문 입구에서 판매합니다. 궁전 본관에 오셔서 티켓을 사려면 한참을 다시 걸어 나가야 합니다.
P.S2 : 베르사이유와 달리 쇤브룬은 궁전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배낭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첫 페이지부터 차분히 보아주시길 권합니다. 이 시리즈는 단행본 두 권 정도 분량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독하시면 여행 준비에 도움은 물론, 현지에서 시행착오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