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지털전사 Jul 18. 2018

돈(Money)님~어디로 가시나이까?

무엇이 자본주의를 구할 것인가?

길거리의 할머니가 봄나물을 팔고 있습니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취나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흥정을 합니다.

행여 고객이 떠날까 봐 우려해선지 사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할머니의 빠른 손은 이미 검은 비닐봉지에 나물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때야 가격을 통보합니다.

동네 채소 가계를 통해 산다면 적정 가격이 2천 원 남짓이라 생각하는데 두배인 4천 원을 부릅니다.

산책 나온 마음씨 좋은 호구라고 만만히 여겨서일까요..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네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떨 수가 없습니다.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김치 한점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한다지만 대중 음식점에서는 자유롭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또 가게에서 저녁 마감시간이 되면 채소와 같은 신선 식품의 가격은 급락하여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가치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로 볼 때 돈이란 개념은 절대 가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지불한 돈은 그 장소에서는 큰돈이지만 사실 커피 한잔 값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액수입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로 1982년 이후 지구 상에 존재했던 부자들 중 가장 돈이 많은 사람으로 평가됐습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블룸버그 통신이 세계 부자들의 순위를 하루 단위로 평가하는 지수)에 따르면 베이조스의 자산 평가액은 1510억 달러(약 169조 원)입니다.

자산 평가액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953억 달러·약 107조 원), 3위는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830억 달러·약 93조 원)이었습니다.

제프 회장의 재산은 2018년 들어서만 520억 달러가 늘었다고 하는데 반년만에 아시아 최고 부자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전재산(440억 달러) 보다 많이 벌어 들인 셈입니다.

거리에서 봄나물을 팔며 바가지로 2천 원을 더 벌어들인 할머니와 비교해 보면 현실적으로 전혀 체감이 불가능한 액수입니다.

세계적 부호들에게 돈의 가치는 평범한 서민들과는 분명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렇듯 돈은 장소와 시간뿐만 아니라 비교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가치가 달라지는 존재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법칙이 생활 속에 구현되는 순간인가요?ㅎㅎ)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 임금의 문제는 돈의 절대성을 상징하는 현상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한 돈을 평범한 서민들이 벌기 너무 힘들다는 사실로부터 기인하는 것입니다.

근로자들이 좋은 직장에서 충분한 임금을 받는 정규직들이 많다면 최저 임금은 말 그대로 조직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자유롭게 일하고자 하는 분들만을 대상으로 한 복지 정책으로 의미가 한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 임금이 갖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은 최저 임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대기업 직장인이 있다고 합시다.

그 혹은 그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에 들어왔으니 최저 임금이랑은 거리가 멀지.. 하지만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거의 없어. 회사는 언제든 사원을 대체 가능한 부속품 같이 느끼게 만드는 시스템이니까.. 생각하면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만드는 일은 없을까...'

당장은 최저 임금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가까운 미래를 살펴보면 이들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매년 연봉 협상 혹은 상사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직장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당신이라면 조직을 떠날 시 바로 최저 임금이 적용되는 업종에 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돈이란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돈은 사상과 이념, 심지어 종교조차 초월하여 정말 극소수의 성인급 스승들만을 제외하고 모든 인종과 남녀노소를 복종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슬람 원리주의를 따르며 자살 테러를 저지르는 자들도 돈은 좋아합니다.


돈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를 관통하는 이념이자 절대적 지배자입니다.

돈이 없으면 우리는 밥 한 끼도 먹을 수 없습니다.

귀촌하여 자기 텃밭에서 쌀과 채소를 자급자족하면야 모르겠지만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돈과 교환하지 않고는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겐 최소한의 식량도 구하지 못하는 처지에 여행이나 취미 활동 같은 여유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냉혹한 민낯 이기도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화로 인해 지구촌 어디를 가도 동일하게 평준화되었습니다.

헬조선이라 부르며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호하는 선진국인 유럽의 경우를 보면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노동자들이 네덜란드는 10%, 핀란드는 15%, 프랑스는 27%라고 합니다. 

전신 피로로 고통을 받는 비율도 유럽 평균이 35%나 됩니다.(출처:유럽의 작업 환경 5차 조사)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인의 48%가  '매우 많이 받는다'라고 답했고, 36%가 '조금 받는다'라고 답해 무려 84%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인크루트 조사 2017)

물론 절대적 수치로 비교하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크기는 하지만 유럽도 직장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40~50대의 연령에서 더 문제가 심각한데 이 연령은 한번 직장에서 밀려나게 되면 다시 자리를 잡기 힘든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안락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퇴직 시기를 늦추는 것이 필요한데 사회에서는 중년을 넘어선 직장인들에게 쉬면서 지내라고 합니다.

심지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년 직장인들을 내 보내려고 갖은 편법을 동원하는 회사도 생각보다 많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태에 근본적으로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해법은 국가나 개인 차원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가와 같은 거시적 차원에서 본다면 경제 성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혹은 경제 민주화를 통한 부의 공정한 분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근로 복지 향상 등의 다양한 해결책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회사가 동의하지 않는데 혼자만 근로시간을 조정한다거나 자신이 일 한만큼 충분한 보상을 해달라고 한다면 조직에서 버틸 수 있는 직장인은 슬프게도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돈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아닐까 합니다.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돈과 자본에 대한 착각 속에 살아오고 있으며 실체를 똑바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에 보면 문명의 진화라 불리는 사상과 문화의 발전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믿음으로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일례로 회사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창업자가 만든 회사는 현실에서 만질 수 있는 실체는 아니지만 다수의 조직원들이 함께 일하게 되면서 현실에서도 실체화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즉 처음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던 회사라는 조직이 하나의 객체가 되며 스스로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설령 창업자 스스로 이런 믿음을 저버린다 해도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회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면 개인의 변심은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 창업자 혼자만 즉시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국가나 민족과 같은 더 큰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체가 없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거래를 하고 무언가 가치를 보존하고 창출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 순간 단순한 종이 조각이 기적의 마술처럼 금은보화로 바뀌게 됩니다.


가난은 부끄럽지 않지만 너무나 불편하기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돈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곤 합니다.

돈에 대한 가치 정립에 있어서 핵심은 무엇이며 현재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다음 글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한과 춤을! Shall we danc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