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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Aug 17. 2018

지금 퇴사하러 갑니다. 외국 한 달 살기 비용에 대하여

퇴사 후 삶에 대해 생각해 보다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아침,  눈을 뜨는 게 너무 싫고 문득 지옥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첫 직장이던 해외 근무지에서 만났던 지인은 휴가를 마친 후 돌아오는 비행기가 추락해 그냥 쉬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인지라 백수 시절에는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직장이 어느 순간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있음을  발견할 땐 죽을 만큼 싫을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나약한 자신을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퇴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살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 한두 달 쉬다 오고 싶어 질 때 자신만의 인생 순례가 시작됩니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국적인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 음식을 경험하며 지내는 것이 낭만적인 꿈에 불과할 뿐일까요?

돈이 없거나 건강이 좋지 않아서.. 혹은 겁이 많아서... 우리에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지 않을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직장을 떠나지 못할 이유도 수백 가지입니다.

이곳을 떠나면 다른 좋은 직장을 구할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조금만 더 견디면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 그리고 당장 갚아 나가야 하는 카드빛, 먹고살아야 할 생활비등 현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퇴사 후 인간은 어찌하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삶이 너무 힘들고 회사 가는 것이 지옥에 들어가는 것 같다면 과감히 떠나 보기를 권유드립니다.

비록 과거의 화려한 삶을 살 수 없을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삶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퇴직한 시점부터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람, 파트너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기존에 돈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아닌 건강하고 색다른,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도 만들어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가정에서 가능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생존 방법만을 배운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평범한 서민들에게 원점을 뱅뱅 도는 다람쥐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 조차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삶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나만의 행복을 찾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도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새로운 삶을 추구하기 앞서 세계 여행이라든지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시도해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재의 고단한 일상은 잠시 제쳐두고 일을 하지 않고 외국에서 한 달씩 살려면 얼마나 돈이 많아야 할지 생각해 봅시다.

과연 '금수저'라만 가능한 일일까요?

은퇴 이후에 부부가 얼마가 최저생계비로 필요한지 조사 한 자료에 의하면 평균 167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혼을 했거나 사별을 해서 혼자 산다면 대략 평균 103만 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 물가 기준으로 최저생계비이고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기 위한 자금도 대략 이 정도 수준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부 기준으로는 약 150만 원 정도면 풍족하진 않지만 기본 생활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대략 이 정도 금액을 퇴직 후 매달 버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에서 보장하는 노후 대책으로 여겨지는 국민 연금을 살펴보면 월 218만 원의 평균소득자가 3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현재 약속된 연금수령연령인 65세(언제 상향될지 알 수 없습니다)에 도달했을 때 월 67만 원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가입 기간이 20년일 때는 월 45만 원을, 30년일 때 월 67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사오정(45세가 정년)이니 오륙도(56세까지 하는 사람은 도둑놈)니 할 정도로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기 힘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면 암담하기도 합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국민 연금 가입하지 않은 노년층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20만 원을 수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노후 대책을 한다고 하면서도 금융 자산으로는 국민연금, 퇴직 연금뿐 혹은 성공한 경우 부동산으로 집 한 채뿐이니 은퇴 후 삶을 즐길만한 안정적인 수입은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노년층에게는 헛된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은퇴가 아직 남은 청년 및 중장년을 포함하여 퇴직 후 수입 문제는 모두에게 풀기 어려운 큰 고민입니다.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조직을 떠나서 돈을 벌기 위한 방법에는 크게 보면 재취업이나 자영업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연재하고 있으니 필자의 다른 글도 참고 하십시요)


생활 자금 문제가 해결된다면 외국에서 한 달 살기에는 어느 나라가 가장 좋을까요?

전 세계를 무대로 일을 하는 유엔 직원들이 많이 배우는 외국어가 스페인어라고 합니다.

은퇴 후엔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살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기후 좋고, 인심 좋고, 생활비 저렴하고, 볼 것도 많은 나라라고 하는데 아시아 쪽에서는 동남아시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남아시아에서 대표적인 몇 나라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추후 기회가 되면 다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휴양지로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태국입니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서양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고 외국인들에게 특히 친절한 문화가 인상적이기도 한 나라입니다.

방콕에서는 노점상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재미와 야간 쇼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치앙마이(Chiang Mai)는 지구 상에서 가장 싸고 좋은 동네라고도 하는데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장기 관광 목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서 깊은 사원, 좋은 음식, 숲으로 둘러싸인 언덕길, 싸게 즐길 수 있는 골프장도 있어서 한 달에 100만 원이면 충분히 살고, 200~300만 원이면 여유롭게 즐기며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산과 숲을 거닐며 전형적인 목가적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조용하게 커피를 즐기며 시골의 평화로운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도시라고 합니다.

(다만 분지형 지역이라 대기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로 특정시기에는 미세먼지가 매우 심하다고 하니 깨끗한 공기를 찾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끄라비(Krabi)는 태국 남부의 서쪽 해안 끄라비 강어귀에 있으며 태국에서 시원한 시기인 11월에서 4월까지 수천 명의 서구인이 머물다 가는 곳으로 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휴양지입니다.

온천, 해안 동굴, 기암괴석, 산호초와 이국적인 해양생태계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변을 좋아한다면 태국 최고의 섬 푸껫(Phuket)과 방콕에서 두 시간여 거리에 위치한 레이용(Ray Yong)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필리핀을 들 수가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은 이국적인 열대 야자수 밑에서 즐기는 코코넛을 마시며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 수 있는 나라입니다.

치안 불안이 심하다고 하는데 환락가를 중심으로 한 우범 지역만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닐라와 같은 대도시는 국제 도시로 다양한 먹거리와 문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마닐라에서는 대략 한 달 80~100만 원 정도면 유럽풍 디자인의 복층식 펜트하우스형 콘도를 빌려 생활할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보라카이는 세계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새하얀 백사장과 에멜라드 빛 바다로 유명합니다.

섬 자체는 매우 작고 교통편도 불편하지만 막상 가보면 모든 단점들을 날려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과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해변에 줄지어 위치한 리조트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해수욕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섬을 전면 폐쇄하고 다시 환경을 재정비하여 개장한다고 하니 천연의 해변과 압도적인 열대의 구름이 펼쳐진 하늘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만합니다.


말레이시아도 외국인들이 은퇴 후 많이 찾는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토착 지역민들과 인도인, 중국계 화교들이 뒤 섞여 문화적인 다양성을 구현한 국가로 치안이 안정되고 저렴한 물가 등의 이유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는 열대우림과 현대적인 빌딩의 정글이 공존하는 매혹적인 도시로 방 한 개 아파트는 80만 원, 방 3개 기준 아파트 렌트비는 150만 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편안한 도시입니다.

조지타운(George Town)은 말레이반도 바다 건너 서쪽에 위치한 페낭 주의 주도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입니다.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 3위에 랭크됐고 방 네 개짜리에 풀장과 헬스장이 겸비된 아파트 렌트비가 월 100만 원 정도이고 종교, 건축,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한국인들에게는 급부상하는 경제 파트너로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아직 유교적 문화 영향이 남아 있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국가입니다.

호찌민이나 하노이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마치 예전 우리 시골을 보는 듯한 고향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성격이 느긋하여 문화적 동질감을 느끼기 쉬운 국가가 아닐까 합니다.

다낭의 해변을 산책하며 바다를 느껴보고 근처의 저렴한 음식점에서 베트남 분짜(분팃느엉(Bún thịt nướng))를 먹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healing)하는 것도 좋습니다.


퇴직 후 혹은 은퇴 후 이런 도시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면 평소 그들의 문화, 관습, 사고방식을 인터넷에라도 찾아 보고 이해하여 보려 노력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본적인 영어는 할 수 있으면 좋고 또 그 나라 언어를 조금 배워두면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간단한 숫자와 인사말, 값이 얼마냐, 싸다 비싸다, 화장실, 오른쪽 왼쪽, 맛이 좋다 정도는 기본적으로 배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호텔에서 며칠만 머무르면 상관없겠지만 한 달 이상 살아 보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관습, 기본적인 에티켓이나 삼가야 할 금기사항도 사전에 조사해 보고 가면 좋습니다.

특히 동남아인들은 자존심이 강하기에 그들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거나 돈자랑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살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 살아보는 것은 결심을 하지 않으면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시간이 없고, 또 건강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용기가 없어 대부분 우리는 살고 있는 곳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즐겨보는 삶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외국에 나가 색다른 현지 음식도 먹어 보고 길을 잃어 실수도 해보고 하는 기억은 삶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어느 날 문득 죽도록 회사가 가기 싫을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 재충전이 필요한 우리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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