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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Nov 19. 2019

홍콩의 미래: 담쟁이 잎새는 막다른 벽을 타고 오른다

최근 홍콩은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혼란 속에 있습니다. 어릴 적 보았던 홍콩 영화 속  배우 주윤발은 이쑤시개를 물고 악인들을 향한 멋진 총질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국내 대학가에서도 홍콩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과의 갈등으로 소송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민주화 시위로 불 타 오르는 홍콩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


마지막 잎새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화가 지망생인 두 소녀가 뉴욕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몸이 약한 소녀는 폐렴에 걸리고 곧 죽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병실 창문 밖에서 보이는 담쟁이 잎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고 자기 암시를 걸게 됩니다. 소녀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던 친구는 이웃이던 노 화가에게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 밤 폭풍우가 매섭게 몰아치며 담쟁이덩굴의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잎새 하나는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고 소녀는 다시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 후 소녀는 건강을 회복 하지만 이웃집 노인이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며 노인이 밤새도록 폭풍우를 맞으며 벽에 담쟁이 잎 벽화를 그렸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마지막 잎새는 마지막 걸작(masterpiece)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데 결말은 담쟁이 잎새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홍콩 시위의 배경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 보아야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중앙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홍콩의 미래는 결정될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홍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첫째, 중국의 홍콩에 대한 태도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중국의 대응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나 현재는 언론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 


홍콩의 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국가의 권력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 크게 나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언론 권력도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은 특별 행정 구역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홍콩 특별 행정법에 따르면 홍콩은 독립적인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홍콩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중국 국적이기는 하지만 홍콩 시민이기도 합니다. 홍콩 사법부는 특별법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중국 중앙 정부가 임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홍콩 행정부가 시위 참가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불법이라고 규정했으나 홍콩 고등 법원에서는 행정부의 결정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사법부의 이런 판단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빠른 시기 안에 중앙 정부는 사법부도 장악하고자 시도할 것입니다.


중국 중앙 정부에서 바라볼 때 홍콩 사태를 복잡하게 만드는 근본 이유 중 하나는 통제가 곤란한 현지 사법 권력에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를 표명하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현재까지 홍콩을 통제했던 방식은 행정부를 장악하는 것이었습니다. 홍콩 행정부의 수장은 장관이며 선거를 통해 선출합니다. 다만 현재 출마하는 후보자는 중국 정부의 허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니 결론적으로 행정부는 이미 중앙 정부가 장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다른 정치 체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만약 홍콩 정부가 중앙 정부에 대항한다면 일국 양제라는 시스템은 자연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홍콩은 자체 군대가 없으며 치안은 경찰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찰은 법률에 의해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홍콩 정부의 법에 따라 행동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캐리람 홍콩 장관을 만난 이후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대응은 확연히 폭력적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일국양제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시스템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행정부를 장악한 권력은 경찰력도 장악하고 있으며 입법부도 손쉬운 대상에 불과합니다.


중국에서는 재벌 회장, 연예인을 포함한 거물급 인사라 할지라도 정부 고위 관료에게 찍힌 사람들은 사라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대부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공안에 의해 납치되다시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큰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홍콩 시위의 도화선이 된 것이 바로 송환 법 제정이었던 것입니다. 대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파렴치범을 홍콩에서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점은 국제사법 질서에서 보면 분명 잘못된 사례입니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입장에서는 중앙 정부에 잘못 보였다가는 홍콩 사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범죄자라는 명분으로 끌려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대규모의 시위 사태를 촉발시켰습니다. 송환 법 자체는 철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 이주민들로 인한 생활비 및 부동산 가격 폭등, 경제 빈부 격차의 심화로 까지 이어진 누적된 불만은 홍콩 시민들에게 거센 분노의 불길로 퍼져 나가고 말았습니다. 시위 진압은 이루어지겠지만 갈등 봉합은 장기간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추후 홍콩을 포함한 마카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어쩌면 공개적인 방식으로 법 개정을 통해 홍콩 사법부의 임명권까지 중앙 정부에서 가지고 갈지도 모릅니다. 대만에 대한 향후 외교 정책도 공격적 압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현재의 홍콩 시위를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사법 개혁에 대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깊이 고민해 보게 됩니다. 우리의 사법부 특히 검찰은 자신들만의 견고한 성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행정 권력은 선거에 의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항상 승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홍콩을 바라보며 담쟁이 잎새를 떠 올려 봅니다. 거센 폭풍우 속에 담쟁이 잎들은 떨어지고 말지만 마지막 잎새는 살아남았습니다. 홍콩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마지막 잎새는 어쩌면 외국의 도움이 아닌 서구식 민주주의를 경험해 보았던(비록 영국의 식민 지배였긴 하지만..) 그들 자신의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담쟁이 잎새도 깨어있는 시민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역경이 닥칠수록 더욱 힘차게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이 폭풍우를 뚫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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