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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an 29. 2020

해외시장 개척- 신종 코로나 혐오와 거위 배 가르기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잘 사나요? "

한국을 방문한 외국 거래처 담당자를 모시고 강남 코엑스(Coex) 지하 쇼핑몰을 둘러보다 바이어가 물어본 질문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바이어에게 지하 쇼핑몰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코엑스몰은 꽤나 부러워 보였던 모양입니다. 현지에서 상류층인 고객의 입장에서 발전이 더디기만 한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한국인들만의 부지런함"때문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총, 균, 쇠'도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저서입니다. 유럽과 미국이 잘 살게 된 원인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서부터 세계적 석학인 저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모든 것은 사소한 차이에서 발생한 우연의 연속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유럽 대륙의 지정학적 조건, 농업에 유리했던 기후, 분열을 통한 균형적 발전 등이 합해져 서양 문명은 무력과 병균, 그리고 쇠로 대표되는 산업 상품으로 현재 세계를 제패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일례로 잉카 제국을 침공했던 스페인 사람들이 불과 168명의 병사로 무려 80,000이 넘는 원주민 군대를 학살했던 전투를 묘사합니다.  


그런데 이 비극적 사건은 이미 데자뷔에 불과합니다. 1520년 멕시코에 상륙했던 코르테스 일행은 자신들을 신의 사자로 환대했던 아즈텍 황제 목테수마를 궁전에서 인질로 잡고 귀족들을 학살했다 일어난 반란으로 '슬픈 밤'(Noche Triste)이라고 불리는 비참한 패배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물러났던 코르테스는 1년 후 다시 돌아와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완전히 정복하며 찬란했던 제국은 멸망하고 식민지 주민들은 노예처럼 착취당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아즈텍 제국인들이 스페인 군인들에 맞서 싸웠던 원동력은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축제 행사에서 600여 명에 달했던 최고위 귀족들을 무참히 학살했던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애국의 감정이었습니다. 엄청난 사상자를 내면서도 인해 전술을 통해 침략자들을 몰살 직전까지 패배시켰던 아즈텍 군대는 결국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혐오의 감정은 매우 강력한 힘이지만 정의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는 힘듭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중국 내에서 우한 지역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고 혐오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에 불과하지만 중국인을 바이러스 취급하고 혐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그냥 한국인을 포함해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인 전체를 바이러스 취급하고 혐오합니다. 일부의 사실을 일반화하며 혐오하고 상대방이 하나를 잘못하면 백가지 잘못을 말하며 그들을 혐오합니다. 혐오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인간 안에 살아 있는 유전자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혐오가 본능일지 모르지만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만약 자신이 속한 집단이 약자가 될 때는 혐오의 대상이 자신이 될 것임도 인지 하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단기간에 GDP 기준 세계 12위(2019년 기준)에 속할 정도의 급속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 내수보다는 무역으로 대부분의 부를 창출하는 대한민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2019년 기준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순입니다.  그런데 최대 무역 흑자국은 2018년 1위 중국, 2위 홍콩에서 2019년에는 홍콩과 중국으로 그 순위가 바뀌었을 뿐 홍콩도 중국의 일부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우리가 돈을 벌고 있는 곳은 중국임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어쩌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혐오로 변해 중국인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명분 없는 혐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매한 농부의 우화를 상기시킵니다.

철저한 방역 관리를 위한 관심과 질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혐오는 반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감염의 공포는 시간이 지나면 진정됩니다. 하지만 혐오가 남긴 감정은 오랜 기간 쌓이고 치유되기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파괴하고 해악만 끼칠 혐오의 확산에 우리는 우려와 걱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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