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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an 15. 2021

자본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죽을 뿐이다.

2021년 자산 시장은 점점 심하게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외벽 사이로 스며드는 소음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들의 광기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안이라는 감정에 내 몰린 좀비처럼 우리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겉은 멀쩡해 보여도 왠지 모를 불만이 가득 찬 어두운 표정으로 배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여겨지는 것도 저만의 착각일까요.  미래가 나아질 거란 희망이 없다면 사람은 당장 오늘만을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기에 이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필자도 이번 주식 시장에 참여하여 투자 금액 대비 40% 정도의 수익을 보고 있지만 그저 시장의 상승에 편승한 수익이 아닐까 하여 조심스러워집니다. '매일 수익 내기' 글을 연재하다 잠시 중단한 것도 혹시나 잘못될 확신을 전달할까 하는 염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미국의 한 헤지펀드 운용사가 신규 인력을 모집하는데 14살짜리 소년이 지난해 40%의 이익을 냈다며 지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현재 수익을 낸 많은 이들이 이 소년처럼 자신이 주식에 재능이 있다는 착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자산의 상승 시기에는 미래를 대비해 오히려 공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크게 보면 정치적으로 이미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냉전 상태이며 기술적으로는 4차 산업 혁명의 초입에  있습니다. 각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산 시장의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는 과거에 비해 갈수록 비어 가고 있습니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들이 내 주머니에 들어오지는 않는 반면에 아파트 및 주식과 같은 실물 자산의 가격은 폭주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가 상승에 의해 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앉아서 돈을 날리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기준 금리 0.5%인 상황에서 시중 은행의 이율은 대부분 1% 이내도 안 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은행에 현금을 예치하는 사람은 바보가 됩니다. 아무리 안정성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도 예금 및 적금에서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자본이 이동하고 싶은 유혹을 피할 수 없습니다.


현재 코로나 팬데믹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통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중에 돈을 공급하지 않을 수 없고 대출에 대해서도 상환을 유예하며 빚을 권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에서 2023년까지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상태이니 당분간 통화 긴축 우려는 적고 자산 시장은 팽창할 것입니다. 석유와 공공 서비스 가격도 하락하면서 소비 물가 상승률도 1% 이내의 낮은 상태라 금리 상승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사람들과 돈이 몰리니 자산 시장은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고 버블은 커져갑니다. 끝없이 오르는 상품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조정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자본 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힝싱 반복되는 패턴으로 가격 붕괴의 시작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묻지 마 투기의 예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튤립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이 피지 않은 튤립 봉우리가 집 몇 채 가격까지 치솟았고 너도 나도 튤립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꽃을 사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비트코인도 위와 같은 운명을 답습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사지 않는 다면 아무것도 팔 수 없게 되는 것이 시장 원리이기에 상품 가치에 대한 평가는 개인이 판단해야 할 영역입니다.

인간은 기껏해야 100년을 살뿐입니다만 자본은 수명이 없습니다. 자본은 죽지 않고 끊임없이 회전하며 부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닙니다. 다만 자산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에 기반한 관념에 가깝기 때문에 부자의 자손이 계속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자가 죽으면 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는 상속 자산은 껍데기에 불과해지기에 내부를 채우지 못한다면 자손들은 가난해질 수도 있습니다. 욕망에 의해 돈이라는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돌고 돌아 어제의 부자가 가난해지고 오늘의 빈자가 내일은 부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본은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을 안다면 지금 내가 돈이 없다고 불평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가 부자가 되지 못한 것은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았거나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없었을 뿐입니다. 돈이 몰리는 시기와 장소에 그물을 치고 물고기가 낚이기를 기다리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만 대어를 낚으려는 초초한 마음이 아닌 시간을 낚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불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 강태공은 많지만 운이 없다면 그저 평범한 낚시꾼으로 마감할 것이고 운이 따른다면 세상을 거머쥘 기회를 낚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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