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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r 24. 2021

너희 엄마 아빠 부끄럽지? 차별이 불러올 미래의 붕괴

뉴스에서 '취업에 절망하는 20대'와 '너희 엄마 아빠 부끄럽지, 거지 차'라는 기사를 동시에 보면서 여러모로 착잡하면서도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위기로 침체된 경기에 고통받는 계층이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싼 수입 외제차를 타면서 가난을 조롱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재의 상황이 악화된다면 가까운 미래는 수증기가 가득 낀 거울처럼 앞이 보이지가 않게 됩니다.


특히 폭등한 부동산과 치열한 취업 경쟁에서 낙오된 일부 청년층에서 사회를 보는 관점이 극우적으로 재생산되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는 우려할만합니다. 이미 세대 간 갈등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고 ‘세대 정의(generational justice)’ 같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고질병인 지역감정이 영호남의 갈등을 넘어 수도권·비수도권, 서울 강남·북으로까지 세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적 역차별과 성폭력에서 비롯된 남녀 갈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갈등은 거의 폭발 한계에 이르렀음을 사회 곳곳에서 체감합니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은 망망한 바다 저편 한가운데서 표류하고 있어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최근 급속히 폭주하고 있는 갈등 및 차별의 주요 원인이 코로나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산업 구조의 변화로 제조업에 의존하던 고용의 감소는 피할 수 없던 사실이었습니다.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고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도 가치가 낮은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일하던 저소득층은 갈수록 살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국가 경제가 위기인 것처럼 호도하는 영향을 받은 면도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저소득층이 살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우리 경제는 점차 침몰하고 있는 중일까요?


필자가 생각할 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가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는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블룸버그가 2월 3일 발표한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90.49점으로  60개국 중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지난해 1위였던 독일은 86.45점으로 4위로 떨어졌고 2위는 싱가포르(87.76점), 3위는 스위스(87.60점), 미국은 11위, 일본은 12위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할 때 선진국에는 유럽연합 국가들, 미국, 일본이 있겠고 신흥국으로는 중국, 브라질, 터키,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인데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생각해 봅니다. 중장년층에서는 대한민국을 아직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중 하나라는 이미지로 생각하며 조금 잘 사는 신흥국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조용하게 선진국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여기서부터 마음속의 잣대와 현실적 잣대 사이의 심각한 괴리 현상이 발생합니다. 

두 가지 상반대 질문을 해봅시다.

1. 집값이 어째서 서너 배로 폭등하는지? 어째서 명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이 생기는지? 

2. 나는 취업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우리 가정의 수입은 갈수록 줄어드는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현실의 삶은 극과 극입니다. 국가는 잘 살게 되었는데 개인은 가난해지는 역설이 도처에서 일어납니다.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통계 보고서에는 분기별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 분위 배율은 4.72배로 1년 전 같은 기간(4.64배)보다 0.08배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쉽게 말해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었다는 뜻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의 혜택이 상위 계층에만 집중되면서 하위 소득자가 체감하는 심리적 가난함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소득 불평등 계수가 아직 양호한 편이기는 하지만 집값 폭등으로 벼락 거지 증후군(FOMO(Fear of moving out))을 실제 체감해본 사람이라면 나만 빼고 모두 부자가 되고 있다는 공포의 무게를 알 수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요즘은 '투기꾼이 아파트를 사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말로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넘치는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의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한국에 사는 서민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로 여겨질 뿐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가 불러온 비극적 자화상의 하나가 차별의 보편적 확산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힘없고 생존 경쟁에서 낙오된 개체는 도태시키려는 성향이 기본적으로 존재합니다. 장애가 있는 동물은 무리에서 갈굼을 당해 쫓겨나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성을 가진 인간은 '왕따'라 불릴만한 이런 차별이 절대 합당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별이 일상화되면 인간도 동물인지라 일정 부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현재는 노예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제도였음을 누구나 인정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세까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음을 상기해 봅니다. 은광석을 채취하기 위해 중남미를 정복하고 원주민을 노예로 부리던 유럽인들에게 잔학한 노예의 실상이 알려지자 비판이 일었고 당대의 최고 지성인들이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이 아프리카 흑인을 잡아 노예로 대체하여 원주민 인권을 향상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인간 존엄성에 관한 근본적 성찰 없이는 차별이 다른 더 무서운 차별을 낳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지만 서민들은 알 수 없습니다.

 

위기의 시대에 자산을 늘리는 재테크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차별을 처벌할 수 있는 법질서의 확립입니다. 춘추전국 시대를 통일해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건국한 진시황은 많은 비난과 악행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법과 질서로 안정시킨 공적이 있습니다. 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춘추전국 시대 중국 인구는 2000~3000만 명이었지만 진시황 통일 이후 약 4000~500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폭력이 횡행했던 전란의 시기에 사는 당연시되었던 차별이 통일 왕조 이후에는 많이 사라지게 되고 중국은 하나라는 중화사상이 발현하게 되었습니다. 

* 필자는 이기적인 애국심에 오염되기 쉬운 중화사상에 부정적이며 다음 글에서 '아시안 인종 차별'이라는 주제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계층 간 갈등과 가난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되는 사회는 결국 붕괴하고 다시 부흥하기 까지 그 어두운 침체의 시기에 고통받는 것은 일반 서민 계층입니다. 인종이나 부유함에 따른 차별적 감정을 마음속에 품는 것까지야 개인의 자유 영역으로 인정하며 양보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성숙한 시민 사회일 것입니다. 적어도 이성이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시민들이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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