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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r 31. 2021

인종 차별이 그들을 덮쳤을 때 탄광의 카나리아는 울었다

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 줄 이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They Thought They Were Free) 인용-


초록으로 물든 새싹의 신선함이 따스한 햇살과 함께 세상에 퍼져가는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 거리에는 아직은 쌀쌀하지만 온 몸을 기분 좋게 휘감아 주는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맘 철에는 항상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어느새 일상화돼버린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으니 미세먼지도 무섭지 않습니다.


시장 거리를 걷다 보면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보이곤 합니다.  자신에게 조금만 피해가 생길 듯해도 인상부터 찌푸리거나 차선이 조금만 막혀도 경적을 울리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에게서 여유로움이 사라진 세상의 모습을 체감하고는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유로움이 사라지면서 차별의 일상화가 동시 다발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경제 차별화 즉 빈부 격차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인종 차별 문제가 미국과 유럽에 거주하는 교포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탄광의 카나리아’는 다가온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대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탄광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에 죽거나 다치는 일을 피하고자 광부들이 유독 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갱도로 내려간 일에서 유래했습니다. 현재 병균처럼 확산되는 인종 차별은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곧 다가올 세계적 위기를 알려주는 전조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전 글에서 급증하는 아시안에 대한 차별의 이면에는 아시아의 경제 지위 향상 특히 중국의 위협에 따른 두려움으로 인한 극우 정치인들의 부추김과 묵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한 바 있습니다. 사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유럽 및 미국 중산층의 붕괴에 기인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및 유럽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여유 있는 중산층은 주로 노인층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최근 30여 년간 서구권의 청년층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현실을 직접 체감하게 되었고 경제적 상실감으로 인한 분노가 지속적으로 쌓여가고 있습니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는 이미 울부짖기 시작했지만 광부들은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군가라도 희생시켜 불만을 줄여야 합니다. 


아시아 권역의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 인구의 다수는 아시아인들이 차치하게 되었고 미래에는 인도를 비롯한 더 많은 아시아인들이 중산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난 30년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눈부시게 성장한 것을 생각해 봅시다. 특히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구가 압도적인 인도는 이미 중국의 총인구수를 넘어선 듯하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성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넘어선 두려움은 혐오로 발전하며 아시안에 대한 차별은 이 지점에서 노골적으로 시작됩니다. 인종 차별이 중국에서 발병된 코로나 때문이라는 핑계는 그저 방아쇠에 불과합니다.


나치 독일에서 처음 공산주의자에 대한 차별을 방관했던 사람들은 결국 자신에게 차별이 행 해졌을 때 주위에 아무도 도와줄 이들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묵인하며 나는 한국인이니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합니다. 정부의 행동은 비난할 수 있지만 그 나라의 국민 개인이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으며 이는 우리가 일본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럴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역사를 이끄는 근본 원인을 지리적 이점으로 해석합니다. 유럽이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를 식민화할 수 있었던 행운도 반대로 흑사병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했던 비극도 지리적 관계에 기인합니다. 인간은 사는 지역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운 좋게 유럽이나 미국에 태어났던 사람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선진국의 특권을 당연하게 누려왔습니다. 이제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아로 패권이 바뀌는 시대적 변환의 시기에 위기는 필연적일지도 모릅니다. 


해결책은 과연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혼란의 시대를 이끌어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터키의 에르도안을 비롯한 많은 독재 정부가 민주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비록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긴 했지만 미국과 유럽도 예외가 아니고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시민들은 점차 늘어가는 듯합니다. 우리나라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커져가며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변해 가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독재 지향의 리더십은 해결 방안이 아니며 울부짖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카나리아의 목을 움켜쥘 뿐 많은 광부들의 목숨을 위기로 몰고 갈지도 모릅니다. 광산에 매장된 보물에 눈이 멀거나 혹은 다른 광부들에 뒤쳐질까 두려운 이들이 주장하는 큰 목소리에 이끌려 잘못된 길로 가는 지도자는 잠시 멋져 보일지 모르지만 결과는 참담합니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광부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탄광을 벗어나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플라톤의 제자이며,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정치 체제는 중산층이 이끄는 정부였습니다. 부자나 가난한 자의 한편에만 치우지는 정부는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국가를 파국으로 이끌어 갑니다. 


극우나 극좌에 치우치지 않는 현명함을 가진 시민들이 정부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방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필자는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끌어갈 대한민국은 문화 선진국으로 우뚝 서 세계를 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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