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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n 07. 2021

수학으로 생각해보는 세상:불행과 행복의 그 어디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IT 대기업 직원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인식하지도 못한 채 경제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아직도 하루에만 약 27명이 자살하는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13,799명/인구 10만 명 기준, 2019년 통계청)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개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타인의 사망보다 자신의 손톱 밑의 작은 상처가 훨씬 고통스럽기에 직접 관련이 없는 뉴스들을 스치는 바람처럼 쉽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 혹은 급여 많은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을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 중에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일상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조차도 얼마나 힘든지 잘 모릅니다. 월급이 밀리지 않고 잘 나오는 결과만 보이기 때문에 적응 자체에 힘들어하는 당사자의 피곤함과 심적 고통에는 무관심해집니다. 그저 '남의 돈 먹기가 쉽지 않다'며 미래를 위해 참으라는 교과서적인 위로만 해줄 뿐입니다.


이과생의 관점에서 수학적으로 접근해 봅니다(요즘 자녀와 수학 문제를 함께 풀어보다 흥미를 가지게 된 개인적 주관일 뿐입니다.) 

각자의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라는 좌표계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방정식으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선형 일차 방정식으로 보면 엑스와 와이라는 좌표를 잇는 정답은 두 좌표가 영이 되는 지점에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일차 방정식으로 좀 더 확장해 보면 평행하지 않다는 조건에서 두 직선이 만나는 좌표가 해답이 됩니다. 생각해 보면 독신은 하나의 방정식, 결혼해서 부부라면 두 개의 방정식이 서로 만나는 점이 행복으로 가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싱글이라면 혼자만의 방정식을 만족하는 답, 본인의 행복만을 만족시키는 답만을 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방정식이 두 개가 되면 각자의 방향성이 다를 수도 있고 기울기와 출발점도 다르기에 정답은 두 직선이 만나야 비로소 알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살아가는 짧은 기간 동안 거리만 좁히다 결국은 만나지 못해 애만 태우는 부부도 많겠지요..


문제는 일차 방정식처럼 인생이 이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차 방정식으로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이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두 개의 해를 찾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즉 곡선 상에 임의로 두 점을 직선으로 연결해 보면 두 점은 거리가 동일한 위치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중간값에서 두 점까지의 각각의 떨어진 거리를 곱하면 두 점을 서로 곱한 거리와 동일합니다. 여기서 바로 해답이 도출됩니다. 


인생의 궤적은 복잡하지만 단순화시켜 보면 각 사건마다 두 개의 포인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각 최악(불행)과 최선(행복)이라고 정의해 봅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한 걸음 떨어져 최악과 최선의 중간 점이 어디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최악과 최선으로 이어지는 직선에서 어디쯤인가 위치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불행과 행복이라는 가상의 두 상황을 가정하고 각자의 도달 거리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인생에는 무수한 변수가 있기에 단순화된 수학의 공식처럼 정답이 나오지 않겠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얼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다차원 방정식의 답을 알지 못하고 변수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가 세상을 불확실하게 파악할 뿐 예측하지 못하게 합니다. 언젠가 먼 미래에는 인간 스스로 삶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도 아닌 데다 공식 없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만 말로 표현하다 보니 너무 어렵네요. 삶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수학 공식처럼 단순화는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의 삶이 너무 힘들고 미래가 불안해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현재는 각자의 삶의 방정식에서 거쳐가야 하는 행복과 불행의 그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 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방정식은 전부 다르겠지만 좌표계를 따라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면 행복에 이르는 적절한 중간값을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인생이라는 좌표계에서 자신의 방정식을 만들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힘내라고 외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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