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슬픔이든 혹은 기쁨이든 접촉을 인식하는 순간 그 전후로 설령 자신이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삶이 미묘하게 변하고는 한다.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pendemic)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일상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삶도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작은 생채기가 생기면 처음 피가 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물게 된다. 마음속에 생긴 상처도 시간과 함께 평정심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번 스쳐간 마음의 상처는 기회를 기다리는 짐승처럼 기억의 한편에 웅크리고 있다 멘털이 허약해질 때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코로나 위기가 남긴 마음속 상처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매출은 반의 반토막이 되고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고용 지원금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라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창업 센터에 입주한다. 그럼에도 열정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다시금 피어오를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되새겨 본다. 어쩌면 치유라는 말은 자신에 대한 강한 긍정이라는 토대 위에서 마음을 비우는 꽃을 싹 틔우는 일이겠지. 씨앗을 발아하기 위해 요즘 그동안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보는 중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인 12 월 31일 조경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살면서 전혀 연관도 관련 지식도 없던 분야이고 실기까지 유튜브 독학만으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운 좋게 필기와 실기를 한 번에 통과하였다.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떨어진 분들은 안타깝지만 절대 평가인지라 합격점 60점을 간신히 넘긴 나는 운이 좋았다. 가장 하위 레벨인 기능사라고는 하지만 국가 공인 자격증이기에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언젠가 귀촌을 한다면 저 푸르른 들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들과 한평생 살고 지고 할 기반을 닦는데 도움이 될 실용 지식을 얻었다. 비밀의 정원을 만들고 멋들어진 화초와 수목을 심는다면 앞으로 찾아올 노년의 삶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원을 만들 능력이 된다면 시골 집도 설계해 보라는 권유가 있어 전산응용 건축설계 기능사 자격증을 도전하고 있다.
내친김에 소뿔을 뽑는다는 속담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소를 잡으러 간다. 1회 정기 시험 신청이 바로 있어 필기시험을 2주 후로 잡았다. 생소한 분야이지만 또다시 운이 따라줄지 내심 기대를 해 본다. 조경 설계는 제도판을 이용해 도로변 소공원과 옥상 정원을 설계했었는데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CAD)프로그램으로 제도를 해야 한다. 물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해보지 않았으니 불가능할까. 아니다. 공부해 보지 않았으니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말이 맞겠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알 수 있을 뿐이다.
사람으로 생긴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에 대한 상처는 새로운 일로써 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코로나가 진정되고 하늘길이 다시 열려 해외 거래처를 다시 방문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날을 그려 본다. 힘을 내자. 우리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