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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15. 2022

돈 벌면서 편한 일은 존재한다. 자본과 노동의 본질

당신 주변에는 부자가 있는가? 수입이야 재벌부터 작은 부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들의 생활비는 대략 얼마 정도일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부자의 기준도 역시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총재산이 100억 원은 넘되 이 중에서 부동산은 50억 원 이상, 금융 자산은 30억 원 이상은 있어야 부자라는 KB금융지주의 분석이 있었다. 예전 일이지만 지인 중에 부동산으로 1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분에게 월 생활비를 물어보니 700만 원이라고 했다. 10년쯤 지난 한참 전이니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금은 더 큰 금액이어야겠지만 아무튼 사업을 시작했던 초기에 나도 그 금액의 절반 이상은 어떻게든 생활비로 가져다줄 수 있기를 다짐하며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업하는 입장(구멍가게라 소상공인이 더 적당한 표현이다)에서 가장 큰 위험은 언제 수익이 0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수익은 고사하고 누적된 적자로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지고 몰락하는 경우도 수없이 본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고 짊어진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코로나 위기에도 다행히 집에 가져다주는 월급만큼은 지키고자 노력했던 자신을 칭찬해 본다. 물론 현실은 신용 대출을 갚기 위해 허덕이고 투자 성과도 신통치 않은 위기 상황이지만 마음만은 부자가 되고자 수양 중이다. 마음 한 끗 차이로 세상을 보는 방식과 삶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자녀와 얘기를 하면서 세대 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제적 굴레의 사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양반이나 귀족처럼 신분의 세습으로 경제적 안정을 지키고자 했던 폐쇄적 속박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너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보이지 않는 신분의 장벽은 더 높아져 아예 체감을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이번 인플레이션 위기를 보면서 그들만의 세상에서 자본은 흘러가고 통제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무력할 뿐이다.


진부한 자본과 노동의 경제학적 상관관계 이론은 접어두고 핵심적인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 본다. 돈을 많이 벌면서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지킬 수 있는 일이 존재하느냐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다. 오히려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다만 올라가는 사다리가 없어 접근하기가 너무 힘들 뿐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하는 중계 무역을 예로 보면 솔직히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대략 10분이면 받은 이메일을 검토하고 회신하는데 충분하다. 해외 거래처에서 수주받은 주문을 공장에 넘기거나 또 다른 중계 업체에 전달하면 그만이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10분이면 충분할 때도 있다는 것은 비밀(?)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직장인 수준의 생활비는 무리 없이 벌지 않나 싶다. 가능하면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일이다.


노동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축소된다. 그동안 쌓아온 해외영업의 경험과 노하우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감안하더라도 투입 노력 대비 효율은 매우 우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즉 돈을 벌면서 편한 일은 역설적이게도 노동이 요구되지 않는다. 노동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자가 된다. 무역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해외 거래처의 확보와 영업력이다. 개척은 매우 힘들지만 일단 시작만 되면 굴러가는 바퀴와 같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자본도 이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몸집을 불려 나간다. 일단 단단하게 생산 시스템에 자리를 잡은 자본은 노동이 창출해 내는 과실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이 노동을 통해 만들어 낸 수익은 건물주에 임대료로 지불이 되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노동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건물의 가치까지 높아지는 선순환의 구조가 이루어진다. 상생의 협력적 관계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구조이지만 현실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악덕 건물주가 많아 암울한 악순환 관계로 갈 때가 많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자본과 노동의 상관관계는 일차함수가 아닌 이차 함수로 수렴하는 듯하다. 노동 시장에서 한번 퇴출된다면 다시 진입이 힘들어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을 중년이라면 한번 이상은 경험해 보았기에 장래를 고민하는 청년에게 하는 조언은 꼰대스럽기 쉽다. 하지만 자본 시장은 진출입이 쉽지만 위험도 그만큼 크기에 노인의 조언은 신중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동은 수명이 있지만 자본으로 포괄되는 무형 자산(영업력, 저작권 등 포함)의 가치는 훨씬 크고 거대하다는 것이다. 청년이라면 새로운 자본을 개척하며 도전하는 것이 노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정리해 보면 누군가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추천해 달라면 절대로 NEVER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내 자녀에게도 할 수가 없는데 이유는 각자가 처한 현실과 환경도 다르고 성공 가능성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에 어떠한 성공 방정식이 자기에게 적합할지는 본인만이 풀 수 있는 고차 수학 문제이다. 학창 시절에는 수학이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는 자신만이 정답을 알 수 있기에 도전해 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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