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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20. 2022

어른 아이가 늘어난다: 될 대로 돼라가 위험한 이유

지금껏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초고령화 사회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산업 혁명 이후 빠르게 발전한 기술 문명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노인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비율이 늘어난다. 고령화 시대에 대처하는 여러 정책들이 연구되고 실행되고 있지만 노령화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노인이 잘 죽지 않기 때문이다.' 


원숭이들은 대부분 20년~30년이면 생을 마감하고 가장 오래 산다는 개코원숭이의 수명도 대략 35~45년이다. 인간의 반려 동물인 강아지의 평균 수명이 약 10~15년 사이니 동물의 세계에서 20년은 정말 긴 시간이다. 동물의 수명을 다룬 논문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 DNA에 새겨진 자연적 수명은 대략 38세 전후였다고 했다(기억이 가물가물...). 조선시대의 일상을 묘사한 화보집에서 열심히 농사일을 하고 있는 장정들 뒤에서 나무 뒤에 드러누워 곰방대를 빨고 있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대략 40세라고 한다. 조선시대까지 조상님들은 40세에 은퇴해서 대략 10년 정도 살다 돌아가셨기에 60세에는 환갑잔치를 열어 온 동네가 축하하였다.


인간 수명의 연장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소득의 증가: 화폐 경제의 발달로 인한 여유 자본의 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유 자금으로 식량을 비롯한 생활 필수재를 구매할 수 있고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최대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국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 전반적인 복지 시스템: 취약계층 및 노령가구 지원 등의 향상으로 인한 사회가 부담하는 복지의 증진을 무시하기 힘들다.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 공동체의 부양 의식이 약화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효'의 으뜸은 부모 봉양이다.  마지막으로 의학의 발달로 인한 위생 향상과 질병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초고령화 사회의 미래가 두려운 이유는 단순히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한 국가 경쟁력 후퇴나 경제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노인이 아닌 어른 아이가 늘어나는 현상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노인이 되지만 모두가 존경할 만한 노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이만 먹은 어른 아이가 정치를 하고 사회를 이끌어 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치권에서 양산되는 뉴스를 보면서 어른이 아닌 어린아이들이 맞지 않는 감투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상식선에서 판단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될 일을 끝까지 남 탓으로 물고 넘어지는 모습에서 때를 쓰며 자신의 손에 쥐어진 사탕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의 모습이 겹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무력감에 한숨만 느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거짓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어느덧 진실은 무의미해지고 사회 전반적인 도덕성 또한 쇠퇴해 간다. 정치적 수사에 염증을 느끼고 무감각 해지기도 쉽다. 바로 케 세라 세라(Quéseráserá)- 영어로 'whatever will be'의 심정으로 '될 대로 돼라'가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엇이 되든, 받아들이며 살지도 모른다. 지배층의 기만과 폭력에 순응하고 거스르지 못하게 되는 순간 노력은 조롱받고 금수저로 통칭되는 운명의 행운에만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노력으로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다.  세계 최빈국에서 희생과 열정으로 선진국 초입에 진입한 저력은 아직 살아 있다.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나는 어른 아이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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