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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27. 2022

명령을 받들라! 그러나 보상은 배신일 때 대처는?

자본주의에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능력으로 치환되며 마침내는 인간의 가치가 된다. 돈을 벌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쓸모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는 의미와 비슷한데 성향에 따라 자극에 대처하는 법은 다르다. 어떤 이는 어린아이처럼 방안에만 틀어박힌 은둔자의 삶으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은 잠까지 줄여가며 쉬지 않고 몇 개의 일을 하면서도 더 많은 일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배회하고는 한다. 양 극단은 매우 달라 보이지만 사실 내면에는 두려움이 가득한 어린아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불안을 치유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현재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느냐가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어리광을 부리듯이 우리는 자본이 절대적인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부유함으로 존재 가치가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유행하는 연예나 결혼 관련 예능을 시청하다 보면 매력 포인트나 문제 발생의 많은 원인이 경제적 능력에 기인함을 느끼게 된다. 외모나 성격 등 정성적인 판단 근거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사실 미래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초일 뿐이다.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은 나이조차도 장래의 경제적 수익 추정을 나이라는 비교 대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은 수익 추정치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통계적 숫자를 기반으로 로또 당첨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인기나 매력은 지수함수의 극한값으로 수렴해 간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력이라는 가치를 절대명령으로 알고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을 갈아 넣으며 사회가 시키는 대로 욕망을 다 포기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더라도 보상은 항상 최상위를 차치하는 몇몇에게만 집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은 정규 분포 곡선에 따라 주어지지 않는다. 청년에게는 극복할 시간이 있지만 중년에게는 이미 변화를 일으킬 동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약자의 위치에서 저항하거나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남은 해결책은 기이한 방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강한 이들에게는 머리를 조아리고 못나 보이는 대상에게는 조롱을 퍼부으며 위안을 삼는다. 혹여 위안 삼을 사람이 없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든 불평과 불만을 쏟아낼 대상을 찾아내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사회적 계급의 불평등과 고착화는 바로 약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대물림된다. 누군가 나보다 더 실패한 인생으로 남기를 바라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일베와 같은 사이트에 정체를 은폐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정치는 다만 손을 거들뿐 몰락의 징조는 이미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명령에 충실하지 않음을 탓하는 사회에서는 반대로 그 명령에 따랐을 때 충분한 보상을 했었던가를 돌아보는 시선은 드물어진다. 사회가 명령하는 대로 충실히 따랐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배신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우리는 비정해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가치의 상실에 직면하고 있다.

편협한 사고란 자신이 살아왔던 삶과 노력이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사회가 잘 못되어 가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약자들이 더 힘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있다. 힘든 서민들이 많아질수록 그래도 나는 잘 해왔다는 위안과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끝의 희생양에는 자신도 포함될지 모른다.

당신의 노력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라. 러시아의 문호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시처럼 인생에서 모든 것은 하염없이 사라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될 뿐이다. 슬픈 날을 참고 견딘다고 해서 기쁜 날이 올진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현재를 사랑하며 매일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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