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이또한 지나가리라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휴가나 피서를 간다는 것은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외지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아버님은 주말에나 오실 수 있었고 어머님도 넷이나 되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살림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별로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이는 피서는 집 밖을 나서 본적이 별로 없던 내성적인 꼬마에게는 너무 가슴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태양이 너무 따가웠기 때문일까요?
바닷물에서 뛰어놀다 그만 텐트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해변에 둘러 쳐져 있던 모두 비슷비슷해 보였던 텐트 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엄마를 부르며 울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사십리 해수 욕장은 그 이후로 다시 찾아 갈 기회는 없었지만 어릴 적 그렇게 크게만 느꼈던 해변을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본다면 아마도 작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릴 적 소년이 느꼈던 좌절감과 두려움이 일상생활에서 가끔씩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사업에서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을 때 그리고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들 앞에 화가 치솟다가도 다시금 무기력해지는 도돌 임표 같은 삶의 반복들...
마음속에 살고 있는 겁쟁이 소년은 중년이 되어서도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작년 경주 거리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을 보며 이젠 자주 여행을 다니자고 웃으셨던 어머님도 갑자기 돌아가시고 천애 고아가 된 막막한 심정도 한몫했겠지요.
미래만을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현명함을 바라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는 성찰이 없이는 미래에 대한 예견은 반쪽 자리 자기만의 희망 사항이 되고 맙니다.
미래를 보고 대비하긴 위해선 반드시 과거에 대한 성찰도 함께 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의사에게 가면 스트레스를 피하고 주기적인 운동을 하라고 할 것입니다.
심리학자에게 가면 마음을 편안히 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성격 유형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가면 그냥 술이나 한잔 하고 들어가 푹 자면 잊어버릴 거라고 하겠죠...
모두 정답입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졌던 왕이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현명했던 학자에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최고의 조언을 찾아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며칠을 고민하며 찾아낸 정답은 바로 단 한 문장 '시간이 흐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의 삶도 흘러갑니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막대 사탕을 잃어버리고 우는 아이의 슬픔은 실직을 하고 이혼을 하게 된 어른의 슬픔과 비교해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소중했던 무언가의 가치가 아이와 어른에게는 절대적 기준이 다른 것뿐일 것입니다.
어제 필자의 글이 일 조회수 12,000를 넘어서면서 이것이 기뻐해야만 할 일인가 생각이 들어 '시간이 흐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을 다시 꺼내 새겨 봅니다.
아마추어 작가를 꿈꾸는 필자에겐 많은 소중한 분들이 글을 읽어 주셨다는 것은 분명히 기쁜 일이지만 다음에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부담도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커지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생각과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고자 했던 초심대로 펜이 가는 대로 그냥 글을 써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