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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15. 2022

그가 무단횡단을 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생각이 없냐

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고 무단횡단을 한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따라서 길을 건넌다. 노숙자 차림을 한 사람이 무단횡단을 했을 때는 따르는 사람이 적거나 망설이게 된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사회적 권력을 쥔 사람이 어떤 불편한 행동을 하면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괜찮겠지라고 판단하는 선입견이 바로 '소셜 파워(social power)'를 의미한다. 사회의 지도층을 따라 구성원들의 도덕과 사회적 성향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에 인지도가 높은 공인의 행동이 중요한 이유다. 


성숙한 민주 사회에서 시민들은 그가 무단 횡단을 하지 않도록 지켜보아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속임수와 내로남불이 횡행하는 사회에 속한 시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둑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근 '수리남'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나라도 대통령이 실제 마약 거래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전직 대통령 데시 바우테르서는 1999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마약 밀매로 징역 11년의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불응하고 수리남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여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대통령을 역임) 


지도층의 부정부패로 인해 마약과는 무관한 국민들까지 잠재적 마약 업자로 여겨진다면 미래 세대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마피아 게임에서 선량한 시민은 정당하게 승부하여 승리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시민은 결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도덕이 무너진 국가에서 서민의 삶은 결국 지옥이 된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6위·수입 9위의 무역 강국(2020년 기준)으로 유엔 무역개발기구(UNCTAD)에서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대한민국에서 세대 간 갈등과 분열은 심해져 간다. 이 와중에 속도를 더해가는 부의 기차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승차를 포기하고 플랫폼 밖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개처럼 물어뜯으며 자기 위안을 한다. 이기적 편견에 의한 편 가르기가 몰고 올 불행의 미래 청구서는 이미 우리 앞에 도착해 있음을 눈치 빠른 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자기 꼬리를 삼키고자 빙글빙글 돌고 있는 뱀을 본 적이 있다. 변온 동물인 뱀은 기온이 높아져 체온이 상승하면 정신이 몽롱해진다고 한다. 배가 고프면 자신보다 큰 먹이까지 통째로 삼키고자 하는 욕심은 결국 자신까지 집어삼키는 말도 안 되는 추악한 미래로 현실화된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결과는 거대할 변화를 생각해 본다. 양육에 있어 절대적 힘을 가진 부모의 가치관과 행동이 자녀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사회 지도층 특히 힘을 가진 정치인들의 행동이 소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오늘도 먹고사는 문제부터 자녀 교육 문제에 노후 대책까지 어깨에 짊어진 부담이 한가득인 중장년들은 그 모든 경계를 아우르는 능숙한 줄타기꾼으로 힘들다.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별 성향에 최적화된 소식들만 받아 보며 확증 편향이 강화되는 정보 홍수 속에서 무엇이 올바름인지 모호한 경계를 알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인내하는 국민을 우습게 보며 비웃는 그들에게 외치고 싶다.


'우리가 돈이 없지 생각이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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