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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Sep 16. 2022

세상 제일 쓸데없는 걱정: 연예인과 권력자에 대한 위로

학창 시절에 시험공부만을 위해 외우던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다. 단군 신화 속의 단군왕검과 조선의 태조나 그저 과거의 기록 일뿐 내가 사는 현실과는 상관없는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의 발자취를 새겨 본다는 따위의 생각은 외계 문명을 만나는 상상과 비슷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교과서 뒤에 숨겨진 진실들이 훨씬 많음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은폐된 진실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신념이 되기도 한다. 학창 시절 배웠던 간략한 미국 역사를 떠올려 보면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콜럼버스이며 첫 정착민은 영국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피난 온 청교도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정리마저 은폐된 진실은 너무나 많다. 


콜럼버스가 인도라고 착각해 원주민을 호칭했던 인디언 관련된 숨겨진 진실은 너무 많기에 제외하자. 청교도라는 깨끗한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 꾸며진 첫 정착민도 사실이 아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상륙한 신교도들이 미국을 개척한 것으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1607년에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이 이미 개척되었고 실제 1616년부터 1699년까지 83년간 식민지 수도 역할을 하기도 있다. 심지어 흑인 노예들이 1619년 공식 문서에도 기록되어 있으니 모두 청교도 상륙 이전이다. 호주의 첫 개척이 영국의 중범죄자 수용소였다는 이미지로 인한 국격 손상을 생각해 보면 미국의 이미지 세탁은 성공했다.


은폐된 진실은 시간이 흐르고 이익에 맞추어 변질된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죽음과 히로 이토 일본왕의 죽음 사이에 나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기에 죽음에 대한 감정적 서글픔을 공유하는 것 외에 다른 위로는 건네기 힘들다. 학살된 사람들에 대해 끝내 진실된 반성이 없었던 권력자의 퇴장은 후일 역사가 냉정하게 평가할 뿐이다. 물론 역사의 기록도 승자의 편이라는 불편한 진실..


여왕의 장례식에 전 세계 국가 원수 및 고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누구보다 먼저 나선 한국 정상도 포함된다. 외교적인 당위성은 공감한다. 참. 여기 뜻밖의 피해자가 있다. 세계적 화제가 된 여왕의 장례식 덕분에 뜻하지 않게 찬밥 신세가 될 일본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이다. 자업자득이다. 참고로 여왕의 장례식 바로 일주일 후에 국장으로 열릴 그의 장례식에는 우리 총리가 참석하기로 했다고 한다. 뭐 그렇다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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