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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r 06. 2023

지켜보고 있다: 짧았던 선진국의 기억이 되지 않기를

삼일절에 일장기를 내건 세종시 아파트 주민의 뉴스를 보며 위기의 특이점이 어느새 주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란 사회의 가치관에 반하더라도 자신의 사상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난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상식의 실종이 사회에는 일종의 멋짐으로 여과 없이 퍼져가는 문화적 변화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했을까 생각해 본다. 단군 이래 우리 역사를 대략 5천 년으로 잡았을 때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시기는 존재했을까. 국사 열람표에 나열된 중요 사건들이 당시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을까 살펴보자. 단편적인 시각으로는 대부분 찻잔 속의 태풍으로 한반도 주변을 제외하고는 주목할만한 파급력은 없었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현대 이전까지 동북아시아 지역은 경제 및 과학, 군사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었기에 한반도의 사건들은 주변 중국이나 일본과 교류하며 그들의 문화와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오랜 기간 세계사에서 역할을 감당한 아시아 강국이었다. 물론 '환단고기'와 같은 비주류 역사서에나 나오는 황당한 고대 조선이야기는 오류 투성이지만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일제 사학자들이 주입시킨 약소국 조선의 식민주의 역사관은 분명 돌팔매질을 당해야 한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룬 후 현재의 한국은 역사적으로 드문 강성한 시기를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 수출 6위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고 일인당 국민소득도 처음으로 G7을 추월했다. 문화적으로도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뉴진스등의 K-팝이 빌보드 차트에 여러 차례 진입하고 영화와 드라마는 전 세계 MZ세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적 영향력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후대 역사서에서는 지금을 문화 강국이라고 기록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국사를 공부할 후대의 수험생들에게는 암기해야 할 분량이 늘어난 귀찮은 시기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사는 국민에게는 자랑스러운 시기다. 

 

그러나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기뻐하며 흥겨운 축제를 벌이기도 전에 국운이 급격히 기울어 가는 징조가 곳곳에서 경고를 울리고 있다. 원인을 경제 불황과 정치의 퇴행이라고 한다면 결과는 수저 계급론에 매몰된 청년층과 우울증에 빠진 중장년 세대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부작용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비상식적 사건들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살해하는 사건들이 더 이상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세상에서 원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달을 가리킬 때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가난해지는 경기 침체 시기에는 근본적으로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화라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거품 붕괴 후  상승이 반복되는 순환이지만 국가 잠재 성장률 감소의 고착화는 자녀가 부모보다 못 살게 되는 축소된 대한민국을 알리는 심각한 위기 신호다.  


지난 코로나 대유행은 우리에게 의료 보건상의 위기보다는 국운이 기울어가는 전환점의 시작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변화는 항상 고통스럽지만 정치와 경제의 퇴행이 맞물린 현재의 한국은 소시민인 나에게 참기 힘든 고통이다. 시민 의식이 무너지고 일베와 같은 극단적 사상이 주도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물이 끓기 전까지는 뜨거워질 뿐이지만 특이점인 100C를 넘는 순간 기화가 시작된다. 조금씩 사회의 상식을 갉아먹고 자란 독버섯은 특이점을 넘는 순간 순식간에 사회를 잠식한다.   


역경 지수라는 것이 있다. 어렵고 힘든 위기가 닥쳤을 때 이겨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 사회의 역경지수가 높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만이 보편적인 시기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혁명적 행위일 수 있다. 기만이 횡행하는 시대에 숨죽이며 살다 보면 어느새 진실마저 실종되어 모두가 양심이 가난해지는 시대가 온다.


울지 말자.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 일컬어졌던 짧았던 추억은 기억 속에만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할 수 있고 이겨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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