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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Oct 27. 2022

가난이 온다: 위기의 끝은 어디일까 묻지 않는다.

시골에 가면 낯선 이방인을 향해 맹렬하게 짖어대는 개들이 있다. 일반인이면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심하게 짖거나 심지어 물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전문 개도둑들에게는 벌벌 떨며 조용히 숨거나 슬금슬금 도망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집주인이 지켜 주지 않는다면 결국 불쌍한 개들은 끌려가 도축되고 말지도 모른다.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여기에 비유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해외 전문 투기꾼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노리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외환 위기(IMF) 당시에 언론은 국민에게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역설적이지만 당시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현재까지 아무런 처벌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였다. 파산과 실직으로 고통을 받았던 수많은 가장들의 고통은 단지 개인의 책임과 불행으로 마무리되었다.

 

지금 다시 가난이 오고 있다. 모두들 겨울이 온다고 얘기할 때는 사실 곧 봄이 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춥고 배고프지만 조금만 견디면 여름과 가을의 풍성함이 찾아온다는 희망이 숨어있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일 뿐인 겨울 대신 환경의 변화인 빙하기가 찾아온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많은 동물이 멸종하는 빙하기에는 생존 자체가 도전이며 성공이 된다.   


전직 검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금융 시장에 찬 바람을 불어 일으키나 싶더니 어느새 폭풍우가 되어 세찬 비바람으로 채권 시장을 흔들고 있다. 곧 지나갈 겨울을 알리는 것일지 혹은 긴 빙하기의 시작일지는 폭풍이 잦아들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초원에서 풀 뜯던 매머드가 순식간에 얼어 죽었듯 사체만이 들판을 가득 메울 때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환경에 적응한 동물만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뿐이다. 


지금은 숨을 죽이며 다가올 겨울, 즉 자산의 폭락으로 모두가 가난해질 바닥을 지켜볼 시기이다.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조금의 흔들림에도 신뢰는 무너지고 투자자 대부분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정규 분포 곡선에 따른 확률로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누군가는 큰돈을 벌겠지만 평범한 내가 그 5%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투자 세포 중 일부는 슬프게도 손절(loss cut)이라는 비명과 함께 전사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버티는 것은 살아남은 세포들이 겨울을 넘어 봄을 꿈꾸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빙하기라 하더라도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간빙기는 도래하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희망은 언제나 그렇듯 인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며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산이다.


아침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하다 싶더니 오후에는 그나마 햇살이 든다. 동네를 걷다 마시는 커피 한잔에 우울한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들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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