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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n 14. 2023

기념주화로 보는 역사: 불국사와 석굴암의 비밀을 찾아서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절대 명제지만 우리는 마치 영원을 살 것 같은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욕망으로 점철된 삶을 이어간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하루를 마주할 때마다 삶은 지치고 힘들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 속에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희망이라는 신화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속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 준다. 희망이라는 생존 본능이야 말로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유산이 아닐까. 


유네스코 문화유산 기념주화 중 2012년 발행된 불국사와 석굴암을 살펴보면 이런 <희망>이라는 단어를 연상케 된다. 유엔 유네스코(UNESCO)에서는 인류 보편적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문화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나타내고 있는 자연유산,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합한 복합유산으로 구분하여 세계 유산을 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자연 유산으로 등록된 이래 13건의 문화유산과 2건의 자연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석굴암은 남북국시대인 751년(통일신라 경덕왕 10년)에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석불사(石佛寺)로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불국사와 석굴암 모두 절이라는 뜻의 한자를 쓴 걸로 짐작해 보면 아마 석굴암은 단순히 화강암을 조각해 만든 동굴이라기보다는 산중 암자에 가까운 형태였지 않을까 싶다. 

석굴암 중심에는 본존불인 석가여래좌상이 있고 주위에 관음보살을 포함한 십 나한과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주화에는 석가상과 좌우면의 금강역사상이 새겨져 있다. 


높은 산을 한참 올라 암자를 둘러보면 자신을 내려놓고 고요함 속에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먼 옛날 석굴암을 찾았던 사람들의 기도와 소원도 현재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부모에 대한 효심과 자녀에 대한 기대, 그리고 자신과 가족을 위한 행복은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기도 제목이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믿지 못해 자꾸만 남의 말을 통해 자신을 채워가려 한다. 절대적인 대상을 찾아 의지하고픈 마음은 사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자신의 욕망이 만든 환상이 아닐까.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어떤 좋은 말과 글도 잠시의 위안만 줄 뿐 결국 헛소리에 불과하다.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석굴암 속 석가여래는 동굴 속에서 말없이 좌불 하고 계신 것이 아니었다. 들리지는 않지만 방문했던 모든 사람에게 죽는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말라고 소리치고 계신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예수께서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한다.


석굴암과 불국사 주화를 통해 그곳에서 수행하던 수많은 수행자들의 경건한 기도를 떠 올려 본다. 나는 너무나 부족해 아직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 다만 죽기 전까지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겼으면 하는 작은 희망으로 동전을 살포시 움켜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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