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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n 28. 2023

기념주화로 보는 역사: 탈춤- 가면을 쓰고 무대에 서다

민속놀이 기념주화 시리즈 중에 2007년 발행된 탈춤이 있다. 화려한 무도회 속 서구의 귀족들이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면을 착용했다면 우리 조상들은 단순한 탈 안에 희로애락을 숨기고 한민족 특유의 '한'과 '정'을 표출하였다. 가면 속 숨겨진 민초들의 삶은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남겼던 삶의 감정은 아직도 피를 통해 생생히 전해진다. 


가면을 쓰고 탈춤을 추던 이들은 누구일까? 모두가 신명 나게 탈춤을 추고 난 후 어느덧 축제의 시간은 끝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다. 페르소나의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이 드러날 때 우리는 그때야 누가 가장 지쳐있는지 알 수 있다. 

경제 침체가 구조화되는 과도기의 대한민국에서 세대 간 갈등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일자리 경쟁에서 2030은 쉬고 5060은 일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청년 시절의 열정이 중장년을 지나 노년까지 이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재만 남은 노인까지 화려한 불꽃을 유지해야 생존이 가능한 사회는 너무 냉혹하다.


청년과 노인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시스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가정, 개인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국가는 청년층에게 적정 임금이나 최소한의 노동환경이 보장되는 법적 테두리를 유지하고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방관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다며 사회에 도움도 안 되는 실속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을 기만한다. 모두가 무너지는 사회 안전망에서는 이른바 중산층까지 노후에 대한 불안이 확산된다.


가정에서는 <너만 성공해서 친구를 이겨라>식의 무한 경쟁을 강요한다. 학교에서 친구끼리도 비교하고 경쟁하게 강요하며 평균에 뒤처지면 사람 취급도 안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난 청소년에게 노인마저도 나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경쟁자일 뿐이다. 혐오와 멸시의 언어가 인터넷 채팅방을 달군다.


모든 세대가 자기 존중감을 상실하면서 SNS에 중독되어 타인과의 비교와 허세에 눈이 멀었다. 인터넷에서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그들을 보며 낮아진 자존감은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을 질투와 시기만 가득하게 한다. 타인의 삶을 보며 오기만 남는다면 본인의 잘못이다.


선조들은 명절이 되면 그저 <흥>이 나서 탈춤을 추었다. 타인과의 비교와 쓸모없는 허세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내면에서 솟아나는 <흥>으로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매일의 삶에 감사하며 놀이로 행복할 수 있는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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