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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y 24. 2023

기념주화에서 역사를 보다- 광복 78주년의 오래된 미래


우주는 별을 만들고 별은 지구라는 세상을 그리고 지구는 생명을 잉태했다. 모두가 하나로부터 시작된 세상에서 생명체로써 인류의 역사는 아주 미약한 한 조각에 불과하다. 전체로써는 티끌 만한 존재이지만 독립적인  개체로 보면 우리는 전 우주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임도 부인할 수 없다. 


인류는 끊임없이 기록과 지식의 계승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키며 현재에 이르렀다. 기록의 역사 속에 등장한 화폐 또한 시대에 따라 절대 권력자의 모습을 혹은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귀중한 금속 위에 새겨 왔다. 지금도 한국은행은 매년 기념주화를 발행하며 의미 있는 순간들을 기념하고 있다.


결국 화폐는 미래의 누군가 갚아야 할 부채이기에 국가라는 주체가 빚을 지면서까지 발행하는 통화는 조금 더 특별한 것 같다. 그만큼 각각의 주화에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광복 기념주화를 살펴보자.


2023년은 광복 78주년이 되는 해이다. 나라 잃은 설움을 딛고 선진국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이룬 경제 발전은 시민들의 희생이 기반이 되었다.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으나 몸만 커진 어린이처럼 덩치에 걸맞게 성숙하지 못한 시민 의식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커질수록 심하게 비틀거리게 한다. 서정수 시인의 말을 인용해 보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시 '국화 옆에서'). 성숙한 민주주의 꽃이 활짝 피기까지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울어야 할까..


광복 60주년과 70주년 주화는 각각 <새로운 시작>과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60주년에서 어른과 아이가 손을 맞잡으며 새로움을 기대하게 했다면 70주년 주화에서는 양 옆으로 대문이 열리며 그 사이에 도도한 태극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이어지는 도안으로 디자인되었다. 총 3개의 주화가 한 쌍을 이루며 중앙에서 힘차게 떠 오르는 태양이 인상적이다.

광복 기념주화를 보면서 일본과의 미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진정한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먼저 나서 사과한다고 해서 용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다 해도 기록이라는 역사를 통해 인간은 시대의 아픔을 간접적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 경제 발전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독립 또한 그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독립투사의 피와 땀이 태극의 강물처럼 광복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신냉전으로 향해 가는 시대적 조류 앞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말한다. 구한말 자립하지 못해 청나라와 러시아, 일본 사이에서 겪었던 굴욕의 기억을 잊지 말자. 외교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이 우선이라는 외침이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해방직후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마라, 일본 놈 일어나고 되놈(중국) 돼 나온다'는 노래로 표현된 자주적 통찰은 2023년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부터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 정상화까지 일본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그 후 결과가 어떨지 걱정이다. 아무 힘도 없지만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우는 소쩍새의 심정으로 나는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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