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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May 23. 2023

기념주화에서 역사를 본다: 한국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세상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부분 잊어버리는 사실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으로는 죽음에 관한 문제가 그렇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명제는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 사실이지만 우리는 인생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삶에 치여 매일을 살아간다. 희망과 망각은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현재의 화폐도 언젠가는 가치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불변의 진리다. 고려나 조선시대의 화폐로 빵을 사 먹으려는 사람은 아마도 굶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골동품으로써의 가치는 크겠지만 화폐로써의 역할은 국가의 멸망과 함께 사라져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불을 보장하는 절대적 권력이 사라지면 화폐에 부여되어 있던 신용도 소리 없이 소멸한다. 


근현대 이전까지 화폐 세상을 주름잡던 금과 은과 같은 귀금속은 당대 권력자의 신용에 더해 희소성과 불변성 그리고 편리성까지 두루 갖추었기에 사회에 널리 유통될 수 있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되던 화폐는 금과 은이었는데 서양과 동양의 주화 역사를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취미 중 하나로 기념주화를 수집하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기록되지 않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들은 잊히기 쉽다. 이를 금속에 새겨 넣고 주화라는 형태로 대중에 유통시키는 형태가 기념주화다. 기념주화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박제되어 보관되기에 수집가는 죽은 후에도 그 영롱함은 변하지 않고 후세에 전달될지도 모른다.

오늘은 1991년 미국에서 발행된 한국전쟁 기념주화에 대해 애기하여 보자. 1953년 종전이 이루어졌으니 38주년이 되는 해인데 휴전선이 위도 38선 부근에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앞면을 보면 군인이 M-1 소총을 들고 언덕을 오르고 있고 하늘에는 당시 미공군 주력 전투기였던 F-86 세이버로 추정되는 제트기기 날고 있고 언덕 아래에는 작전 지원중인 해군 함정이 보인다. 뒷면에는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남쪽은 태극무늬로 표기한 반면 북쪽은 그냥 대각선으로 표시한 것이 재미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등 경제적 문제는 제외하더라도 세계 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중국 및 러시아가 대립하는 냉전 시대로 급속히 회귀하고 있다.


73년 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시 한반도 북쪽을 분할 통치하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김일성을 통해 남한까지 점령하고자 했던 소련 스탈린의 야욕이 전쟁의 불씨였다. 현재의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배후에도 크림반도를 지배하고 돈바스 지역까지 편입시키고자 했던 러시아 푸틴의 야망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끈질기게 이어진 대립과 반목 속에서 정작 희생당하는 건 힘없는 국민들이다.  10~12세기 유럽의 대국으로 군림했던 키예프 공국의 정통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정통성을 가진 국가임에도 정작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서로를 향해 조장된 차별과 혐오는 근원의 악마가 되었다. 수백만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1930년대 대기근의 아픔이 우크라인의 증오를 키웠다면 2014년 발발한 친러 반군의 돈바스 전쟁은 러시아인의 분노를 일으켰다. 


좁은 국토에서 지역 차별로 아옹다옹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정작 분노해야 할 대상을 알지 못하면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지금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익을 보는 자가 바로 범인일 가능성은 99%는 되지 않을까. 전쟁이 주는 이권에 취한 부패한 권력은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전쟁의 상흔이 지나간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까지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밤낮없이 일해야 했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민주주의는 수십 년간 유보되었다. 전후 우크라이나도 경제가 재건되기까지는 힘든 시기를 보내겠지만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새벽은 반드시 밝아 온다. 


이상은 버겁지만 현실은 한없이 가볍다. 성공이란 오늘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전쟁 기념주화를 보면서 힘든 하루를 견디고 있을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외치고 싶다. 여기에는 나도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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