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가슴에 박혀 피가 흐른다. 부족민들마저 모두 피난을 간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간절히 지키고 있는 것일까. 의식이 희미해진다. 잠이 쏟아진다.
얼마나 누워있었던 걸까.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목구멍에 검게 응고되어 구역질이 났다. 화살통은 완전히 비워졌지만 허리춤에 숨겨둔 청동검의 차가운 감촉이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뜨거운 피에 역겨움을 느끼며 검을 깊숙이 밀어 넣는다. 순간 싸늘한 냉기가 전신을 감싼 것처럼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흐느낌은 어느새 아이의 울음처럼 응얼대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변했다. 그리고 구토가 시작됐다. 반쯤 소화된 콩을 배출하며 쏟아진 구토물의 냄새와 동시에 다른 냄새를 알아차렸다. 겁에 질려 바지에 소변을 본 것이다.
눈물에 젖어 경련하면서 멍한 채로 한참을 누워있었다. 공포란 바로 이런 것인가. 다시 잠이 쏟아지며 스르르 눈을 감는다.
윗글은 문명이 태동하던 구석기~ 청동기 시대를 배경으로 필자가 구상 중인 스펙터클(?) SF소설의 첫 도입부다. 구독과 좋아요가 늘어나면 귀찮음을 극복하고 힘을 내서 연재해 볼 생각이다.^^ 소설 모티브(motive)는 <한국의 문화유산 시리즈> 중에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을 비롯한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을 기념하는 고인돌 은화다.
동전 앞면에는 고창 죽림리 고인돌 군락지와 강화 부근리 고인돌 전경을 묘사했고 뒷면에는 화순 대신리 감태바위 채석장과 출토 유물을 표현했다. 고창 고인돌유적은 400여 기 이상의 고인돌이 밀집 분포돼 있어 단일 구역상 높은 밀집도를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설치 형식이 혼재돼 있는 유적지다.
한국의 고인돌에 관한 이야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자. 현재 고대 거석 유적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유적은 티르키에(예전 국명: 터키)에 위치한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다. T자 형태 돌기둥 2백 개 이상이 늘어서 스무 겹으로 원을 이루는 형태가 특징인데, 기둥 중 가장 높은 것은 5.5m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유적의 건설 시기다.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대략 1만 7천 년 전 건축되었다고 추정하는데 사실이라면 피라미드가 대략 기원전 2000년 축조 기준으로 약 4천 년임에 비교해 상상을 뛰어넘는 아득한 과거다. 지질학적으로는 매머드와 검치호랑이등이 멸종한 빙하기가 막 끝난 시기로 혹독한 빙하기를 견디며 생존한 인류의 조상이 후세에 전하는 메시지가 담긴 유물이다.
종교의식을 위한 신전이라는 추측이 유력하지만 고대에 발생한 어떤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일지도 모른다. 영국의 스톤헨지, 이집트의 피라미드, 마야의 피의 제단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거석문화는 신에 대한 간절한 추앙과 그들의 영역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을 상징한다. 열망은 100톤에 가까운 석재를 이동시키고 가공하는 불가능도 가능하게 한다.
-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