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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Dec 04. 2017

아재와 함께 하는 해외 시장 개척- 베네수엘라의 몰락

국가의 파탄은 복지의 과잉 때문일까?

중남미에 베네수엘라란 국가가 있습니다.

해마다 미스월드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미인들이 많기로 유명한 국가입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912,050 ㎢ (한반도의 4.1배)이고 인구는 약 3,165만 명(2013년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요즘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중산층의 붕괴를 넘어 기초적인 의식주의 보장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외신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많은 국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게 된 결과 체중이 감량되는 비참한 현실을 '마두로 다이어트'라고 해서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따 풍자하고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졌죠.

실제로 한 대학이 6,500가구를 대상으로 생활조건을 조사한 결과 가구 구성원 75%의 평균 몸무게가 8.62㎏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혹자는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도한 복지로 인한 국가 재정의 부담이 결국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국가의 몰락에서 이스터 섬(라파누이(Rapa Nui ‘커다란 땅’))의 몰락이 떠올랐습니다.

거석문화로 유명한 이스터섬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모하이들이 해변에 줄지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총면적이 163.6 km²에 불과하고 지금도 인구가 6천 명이 안 되는 대륙에서 외떨어진 이 섬 어디에서 이런 거대한 석상들이 등장한 것일까요?

환경 과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모하이 섬의 중앙에 위치한 산 중턱에 채석장이 있었고 이곳에서 채굴한 바위로 조각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20톤 정도인 3.5~5.5m 정도인 석상을 통나무를 이용하여 아랫 방향인 해변가로 옮기는 것은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의 이스터 섬에는 나무가 거의 없으나 원래는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이 우거진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황폐화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스터 섬의 원주민들이 어업을 위한 선박의 건조, 모아이 석상을 세우기 위한 도구의 제작 등으로 소중한 자원인 나무를 고갈시켜버린 것이 이 섬에 기근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기초적인 사회 유지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 결과 이스터 섬은 1772년 무렵 이미 작은 나무 몇 그루 만이 있는 초원 지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가설도 있습니다. 이스터 섬의 황폐화는 외부인 때문이라고 보는 설로 유럽인이 원주민을 노예로 끌고 가서 섬의 인구가 급속히 줄었다고 합니다. 산림 고갈 역시 유럽인들의 배에 섞어 들어온 쥐가 급속히 증가하여 야자나무 씨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서 섬의 황폐화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자그만 섬에 불어 닥친 재앙은 인간에 의한 비극의 극단적인 모습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신적으로는 빈곤해도 눈에 보이는 반짝이는 것들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강남의 아파트, 수입 외제차와 도시인의 화려한 생활을 과시하며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갖거나 혹은 우월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이런 삶이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시대의 종말이 올 것은 자명합니다.

이스터섬의 비극은 단지 섬의 한정된 자원과 외부와 단절된 환경으로 인해 조금 더 빨리 찾아왔을 뿐입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 지하자원으로 인해 분명 국민의 삶과 복지가 향상된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유가 상승기에 추진했던 정책들은 이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부족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더 크고 무거운 석상을 세우기 위해 경쟁했던 이스터섬의 원주민들처럼 정권의 인기와 개인적 명성을 얻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복지 정책들을 도입했던 정권의 말로는 묘하게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석유를 기반으로 부곡으로 알려진 많은 나라들이 실제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표면적인 관심만 보이고 대부분의 부가 부유층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떠나 정부가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빈곤층을 도우려 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하고 칭찬할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치밀한 전략 없이 추진한 정책들은 국제 유가의 하락이라는 불운과 겹쳐 종말적 재앙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전체 수출에서 석유제품의 비중이 95%를 넘게 차지하고 있었기에 국제 유가가 급락한 2014년 하반기 이후, 전체 수출액은 연간 800억 달러 이상에서 연간 400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전임 차베스 정권의  '21세기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정책을 계승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을 국유화하고 다국적 기업들의 가격에까지 관여해 물가를 강제적으로 안정화시키려 했던 마두로 정부의 극단적 정책들은 예초부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익 관계가 충돌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GM의 공장과 공장에 보관하고 있던 완성차를 몰수한 것은 재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부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언함으로써 정책 실패의 처절한 고통은 힘없는 서민들이 모두 짊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중남미에서 눈에 가시였던 적대적인 좌파 정권을 없애기 위한 미국의 국제 전략과 맞물려 체감 고통은 크게 증폭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석유의 축복을 받았지만 오히려 전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 베네수엘라에게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복지의 과잉 때문은 아닙니다.

다만 국제 정세의 변화와 천연자원 가격 등락에 대한 치밀한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한 어리석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입니다.

천연자원은 없지만 성실과 열정만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우리에게는 이스터섬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살인적 근로시간은 줄여 나가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복지 국가로 끊임없이 걸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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