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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Dec 05. 2017

아재와 함께 하는 해외 문화 산책- 화장실 문화 편

대한민국은 화장실 선진국이었다!

중국 정부가 '화장실 혁명'을 표방하며 화장실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지시에 의해 공공 화장실 개선을 위해 지난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입했고, 2020년까지 화장실 6만여 곳을 신축 또는 개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칸막이나 문도 없이 뻥 뚫린 곳에 좌변기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입니다.(대도시에서는 거의 개선되었습니다.)

옆사람과 함께 나란히 앉아 대변을 본다는 것은 우리에겐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스럽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문화적 특성의 차이라고 치부하기엔 커다란 문화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인도의 경우 그나마 이런 화장실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승객들이 대충 길거리에 차를 세워 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길 외곽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이 흔한 풍경입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직도 인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외에서 대소변을 해결하는 것은 인도 시골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인데 많은 가정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힌두교의 가르침에 따라 간의 배설물은 불결한 것이라 여겨져 가능한 생활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해결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탓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똥의 경우 오히려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잘 말려서 건축 자재 혹은 음식 조리용 땔감으로 재활용하거나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기 때문에 소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여성들도 있다고 합니다.) 

인도 정부도 2019년까지 ‘1가구 1 화장실’을 목표로 대대적인 화장실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룬 중국에 비교하면 화장실 문화가 없다시피 한 인도의 환경이 개선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도와 문화적으로 비슷한 스리랑카에서 근무할 시 처음 충격받았던 일 중에 하나가 그들의 화장실 문화였습니다.

주식이 밥과 카레인 현지인들은 식사 시 수저나 포크와 같은 별도의 도구 없이 맨손으로 밥을 먹곤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는데 이 또한 화장지 없이 맨손으로 처리합니다.

단 밥을 먹는 손과 용변을 처리하는 손은 오른손과 왼손으로 엄격히 구분하고 있긴 합니다만 처음 보는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꺼림칙하여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용변 후 뒤 처리를 위한 물 보관 항아리를 화장실 한편에 별도로 비치해 두고 청결을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형편이 나은 집은 원시적 형태의 비데인 수도 호스를 사용하기에 물로 처리하지 않고 화장지로만 해결하는 문화보다는 위생적인 면에서 어쩌면 더 낫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물로 뒷 마무리를 하는 화장실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에 의하면 식사 전에도 별도로 손을 씻는 물이 담긴 그릇이 나오게 되는데 현지 문화에 익숙지 못한 분들은 마시는 물인 줄 알고 마셔 버렸다는 애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중국이나 인도의 화장실을 보고 미개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인이 더 이상해 보이는 문화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대중목욕탕에서는 알몸으로 함께 목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많은 외국인들은 기겁을 하곤 합니다.

한 번은 태국에서 방한한 바이어에게 찜질방을 소개해주며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 샤워장에서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무척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인들이 함께 엉덩이를 드러내 놓고 대변을 보는 것을 처음 볼 때 큰 문화 충격을 받는 것처럼 우리의 목욕 문화가 처음 보는 외국인들에게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를 한 가지 더 이야기해보면 국이나 찌개를 식사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모습입니다.

찌개 하나를 식탁 가운데 놓고 숟가락을 빠트려 같이 먹고 하는 것이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보여주는 우리의 문화이지만 위생적인 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우리의 문화가 나쁘거나 미개한 것이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단지 서로 간의 문화적 특성의 차이일 뿐이기에 우리도 외국의 낯선 문화를 처음 접할 때 선입견을 갖지 말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럽에서도 중세 시대까지도 화장실이 없었다고 합니다.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 유명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도 화장실이 없어 화려한 가장무도회에 참석한 귀족들은 정원에서 몰래 볼일을 처리하곤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향수 산업이 발달한 것도 목욕을 자주 하지 않고 화장실이 없었던 유럽의 문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하네요.


중세 시대 집에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면 바로 거리로 쏟아지거나 혹은 그대로 창문을 통해 길거리로 투척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귀족들이 하이힐을 신었던 이유는 길거리에 질퍽한 대변을 밟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의 발명품이었다는 것이죠.

말들의 배설물 또한 거리 곳곳에서 버려지기에 중세의 거리는 현대인들이 돌아다니기에 절대 고상한 장소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역사서를 보면 우리 조상님들이 살았던 한양의 거리도 이와 비슷한 환경으로 종로 거리 곳곳에 말라 붙은 대변이 가득했다고 하니 현대에 이르러서 이룩한 화장실 혁명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겨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고대 로마시대까지만 해도 목욕탕 문화가 발달했던 유럽은 르네상스 시대 들어 물에 의해 병균이 전염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목욕을 기피한 르네상스 기간이 있었습니다.

중세 시대 흑사병의 창궐로 당시 인구의 1/3이 사망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유럽에서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를 기피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유럽에서 공중목욕탕은 사라지게 되었고, 이는 개인 화장실(bathroom)의 증가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누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화장실 문화는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다른 문화권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전통 화장실 문화는 매우 선진적이었습니다.

어릴 적 뒷간이라 불리던 화장실이 없는 집은 없었을 정도이고 대변을 본 뒤 생활 형편에 따라 왕겨나 잿가루를 사용하여 냄새를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배설물이 잘 발효되어 좋은 퇴비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이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건축하는 현대식 화장실은 세면기, 샤워기 및 욕조까지 방 하나에 갖추어져 있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말 그대로 목욕까지 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미국식의 화장실 문화가 우리의 생활에 도입된 모습입니다.

반면 옆 나라 일본만 해도 화장실이라고 하면 변소의 개념으로 세면대나 목욕하는 공간과 분리되어 있는 개념인데 일본의 전통 가옥 형태만 보아도 별도로 건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도시화된 화장실 모습은 전 세계가 거의 동일한 모습이기에 이런 문화적 차이가 확실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 용어에서 변소는 해우소라고 불립니다.

걱정을 해소하는 공간이라는 뜻인데 참 의미가 깊은 뜻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잘 먹고 배변을 잘하는 것처럼 큰 축복도 없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갑부로 알려진 빌 게이츠 재단이 후원하는 중요 과제 중 하나가 개발 도상국과 빈곤 국가의 화장실 문제 해결입니다.

특히 재난 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위생 화장실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빌 게이츠 재단의 후원으로 배변 물의 악취를 제거하고 처리가 용이하도록 고체화하거나 소각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들을 접하게 됩니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화장실 문화가 많은 과학자들의 열정으로 해결되어 화장실만이라도 모든 전 세계인들이 고민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조속히 다가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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