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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r 07. 2020

뭐가 그리 두려운 것일까?

Calm's Drawing Diary

뭐가 그리 두려운걸까?


입주한지, 삼년이  되어서야 작업실 한쪽벽면을 차지하는 폴딩도어와 출입문 투명유리에 안개시트지를 시공했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안쪽공간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긴쪽 한 면. 가급적 돈을 쓰지 않겠노라고, 그러니까 '이 작업실을 언제뺄지 모르잖아'라며 이케아에서 종이커튼을 사다 길이도 짧은데 붙여놓기도 했고, 그림포장용 스티로폼지나 뽁뽁이들로 유리를 너저분하게 가리기도 했다. 심지어, 네이버로 '시트지'를 검색해보고도 차마 주문하지 못했던건, '자가시공'의 두려움이었다.  꼼꼼하지 못한 내 성격에 그걸 잘 붙일 수 있겠어?라는 일종의 두려움이랄까.


작업실을 공유하던 친구가 나간다길래 아, 이김에 청소도 하고, 좀깨끗한 상태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여 

에라 모르겠다... 거지같으면 뭐 어때! 지금보단 낫겠지... 싶어 네이버의 '유리시트지'를 검색했다.

어? 왜이리 싸지? 

총알같이 배송된 시트지를 위해 유리문을 처음 닦고, 물을 뿌려 시공했다.

아, 생각보다 쉽구나... 아.. 너무 근사하다... 


그랬다. 나를 막고 있었던건 막연한 두려움이다.

비쌀꺼야, 엉망일꺼야, 키가 작으니까 잘 못할꺼야, 꼼꼼하지 못하니까 구김이 가고 난리일꺼야...

스스로에게까지 민망할정도로 쉽고, 쌌고, 훌륭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껄...


나를 가로막는건 나의 생각, 일천한 경험, 막연한 두려움.


나리대표와 통화중에, 왜 나는 나의 그림에 이리도 자신이 없는걸까? 라고 했더니

"언니, 언니그림에 말할 수 있는 사람.. 누가 있을까... "라고 곰곰 생각하더니

"언니, 아무도 없어.. 아무도. 언니만큼 하는사람 없으니까..."라고 얘기했다.


아. 고마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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