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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Mar 11. 2020

아름다움에 대한 고리타분한 소견

Calm's Drawing Diary

. 꿈

아주 좋아하는 고려청자색깔의 저렴이 컵이 몇개 있는데, 간밤의 꿈에 그게 엄청 뻥튀기 약 열배 크기로 등장하였다. 어쩌다 그게 퍽 깨져서 엉엉 울고 있으니, 누가 그건 도자기니 인사동 어딜가면 수선해줄수 있다길래 택시를 타고 그걸 고치러 가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순간접착제로 붙이는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진희 언니가 갑자기 등장해서 예쁜 슬리퍼를 샀다며 자랑을 해서 어머 예쁘다며 박수를 치다가.. 또 갑자기 윤섭쌤이 등장해서, 이런거 하지말고, 쿤을 봐라, 이 정도 작품으로는 승부를 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그렇다!라며 동조하며 잠이 깼다.


꿈은 욕망을 반영하는 창문. 프로이트식으로 보자면,

그림에 대하여 갈팡지팡하는 마음이 반영되어 보잘것없는 작은 컵이 뻥튀기되어 등장한 것이 아닐까...




호텔의 아침 뷔페식당이 작금의 바이러스 상황이 무색하리만큼 북적였다. 사람들이 가득했고, 바이러스경영으로 수가 줄었을 종업원들은 접시를 치우랴, 들어오는 객실 손님의 머리에 체온을 잰 후 새 테이블로 안내를 하랴 바삐 움직였다. 식당의 전면유리 너머 강풍주의보가 내린 제주의 하늘은 우울했지만, 엷게 들려오는 칼질의 소리와 함께 클래식 음율은 아름다웠다. 부산스러운 식당 한가운데에서 나는 이 호텔 경영자의 수완에 대해 놀라웠고, 둘째,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업적 특성상, 나는 가끔 '아름다움'의 궁극에 대해 상상하곤 한다.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것일까? 아름답다, 예술적이다라는 일반어는 시각적 만족을 표현하는 단어로 종종 사용된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만족에 가까운 그 압도적인 느낌은 비단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할때, 좋은 음식을 먹을 때, 흥미진진한 문장이나 이야기를 만날 때, 귀를 거쳐 흘러들어와 마음을 흔들때의 바로 그런 느낌 말이다.  사람들이 만나는 아름다움은 결국, 오감으로 느껴지는 만족의 감각이 아닐까, 그걸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하고, 가끔은 좋은 음식을 먹고, 소설이나 시를 읽고, 갖가지 공연이나 영화에 빠져들고, 귀를 호강시키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미술작품을 보러 조용한 갤러리로 나들이를 간다. 그건, 먹고사니즘 만큼 중요한 것이다.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제주, 중산간, 안개비속 산책. 아이폰으로 찍은 이 사진은 나의 경험과 궁극으로 느꼈던 그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이 산책을 하는 내내, 나는 압도적 아름다움에 휩싸였다. 이번 여행은 이 산책으로 완벽해졌다. 여행을 통해 기억에 깊이 새겨질 그런 장면을 만나면, 그건 성공.


그 만큼 아름다움은 경험과 오감을 통틀어 나를 감동시키는 그 무엇인가이다.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겠지만,  그 중 상위에 있는 기준 하나는 ‘뻔하지 않을 것’이다. 간간  '새로울 것'이라는 것으로 착각되기도 하지만  '뻔하지 않을 것'이 더 옳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건 여전히 '압도적 느낌의 전달'... 아, 이건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궁극의 것이다. 그림을 생산하는 자로써의 나는 그림 안에서 종종 길을 잃곤 하는데, 그 기준을 잡는 일은 중요하므로, 오늘 하나, 아름다움이란 이런것이라는 나만의 기준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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