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질을 하다가 아래와 같은 짤을 봤다.
애교는 여성인권이 후진 나라에만 존재한다...
흐음...
뭔가 공감이 가면서도, 언젠가 강의 할 때 학생들에게 해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 때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일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어로 된 게임을 영미권 시장에 내놓는 일을 했어서 우선적으로 번역을 했다.
컴퓨터 게임 번역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하면서 하는 줄 알지만 현실은 끝없는 엑셀 일뿐.
우선 Sheet 도 한글(원본)/한영(번역)/영어(영문판) 으로 되어있고
세로 로는 만번대, 내가 이번호를 볼 일이 있을까 싶을만큼 많은 단어/문구 들이 있었다.
번역을 했던 게임의 장르가 무협 이였기 때문에 가끔씩 멘탈을 쿠크다스로 만드는 단어들이 등장하곤했다
ie. 축지법 / 정파 사파 / 소환단 / 등등
그중에 가장 멘붕을 일으킨 단어가 있었으니...
'애교'
음... 이정도야 뭐...
'애교 (愛嬌) 다른 뜻(1건) 예문보기[예문] 애교를 부리다[떨다] act charming'
-Naver 사전-
응??? 이거 아닌데?
얼어죽을 art charming 이야...
후배에게 물어봤다.
'애교가 영어로 뭐냐?'
'???'
'???'
'뭐지...act cute?'
폭풍검색을 했으나 그 어느 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야 안되겠다 그냥 act cute 으로 ㄱㄱ'
며칠 후 번역본을 게임에 옮겨 넣으시던 프로그래머분이 오셨다.
'이거 단어 한개로 해주셔야해요'
'쉣!'
cute? / charming? / lovely?
결국 게임을 하고 레벨업을 해서 아이템을 사서 이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확인한 후에야
'Trick' 으로 굳혔다. 게임 내에 주인공이 애완동물을 대리고 다니는데, '애교' 버튼을 누르면
애완동물이 재주를 부리는 기능이였다. 대체 왜 이게 '애교' 인건지...
의문이 들었다.
왜 '애교'라는 표현은 없는 걸까? 내가 모르는 걸까?
대학교 시절 한국어 수업을 들었기에 교수님께 여쭤봤다...
-번역이 불가능한 단어들도 있을까요?
-언어라는건 문화의 일부라고 보면되기 때문에 한 문화 속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다른 문화에 존재하지 않을 수 도 있는거지. 그래서 모든게 직역이 되진 않아.
오...
그렇다면 '애교' 라는건 대체 뭘까?
국어사전애교 (愛嬌) [애ː교] 다른 뜻(1건) 맞춤법·표기법[명사]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
-네이버 어학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애교(愛嬌)는 한국어로 귀여운 아기 목소리, 얼굴 표정, 몸짓 등을 통해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위키백과-
공통되게 등장하는 표현이 '남에게 표현하는 행동/태도' 인데.
(이하 절대 개인의 생각이니 오해 없으시길.)
1. 조선시대의 유교사상 때문 아닐까 한다. 남존여비 / 남여칠세부동석 등등
조선시대에는 연애결혼보다는 본인 의사와는 크게 상관없이 결혼식 날 당일까지 얼굴도 모르고 시집/장가를 가던 시절이라면 누군가에게 나를 어필 한다는것 자체가 낯선 개념이 아니였을까 싶다.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 좀 더 정확히는 사랑을 받기위한 행동 / 태도 가 애교가 된 것 아닐까 싶다.
행동을 하는 사람도 낯설었겠지만 또 그걸 보는 사람도 / 당하는 사람(?) 또한 겪어보지 못 한 일 이였기에
그 행위에 대한 표현이 필요했고 그게 애교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2.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생겨난것 아닐까?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TV 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아이돌 문화의 시작은 일본이고
셀카를 찍으면서 귀여운(?) 표정이나 포즈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유독 한국 / 일본인 많았던 것 같다.
V 라던지 / 볼에 바람을 넣는 다던지 등등
아이러닉하게도 '일본여자'의 이미지에 대해서 가장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순종적' 아닐까 싶다.
물론 일본여자에 대한 나의 stereotype 은 절대 media 의 영향이 크다.
암튼, Public Display of Affection 이라는게 절대 낯설은 문화권이다보니 나와 Intimate 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표정 / 목소리 / 말투 / 몸짓 등등이 애교가 된 것 아닐까 싶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국을 일본화 시키려고 많은 부분을 바꿨고, 거기서 자연스레 비슷해 지진 않았을까 싶다.
3. 왜 서양문화에는 애교라는 표현이 없을까? 도 생각해 봤는데, 동양문화권에 비해 '나' 가 더 중요한 서양문화권에서는 '나의' 의사를 표현하고 '나의' 관심을 내비추는게 당연시 여겨지는 문화게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호감을 보이고 또 표현을 하는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굳이 특정한 단어로 표현할 그 무엇도 아닌 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였기에 '애교' 라는 표현이 없는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