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란 생각보다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3~4년 전 부터 꿈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게 생겼다.
글써서 입에 풀칠하고 살기.
좀 더 욕심내면 글로 잘 먹고, 잘 살기.
우리나라에서는 글로 부자는 절대 안되니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현실상 부자를 떠나서 글로 밥벌어먹고 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에 글 쓰는 사람에 대한 대우가 박하다.
이건 곧 책 읽는 사람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고, 그러니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도 줄어들게 되고, 이는 좋은 글이 나올 확률 또한 적어진다는 걸 뜻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혹은 지망한다는 것은 배고프게 살 각오를 어느정도 해야한다.
그러면 난 어떤 글을 써야할까.
문학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그렇다면 내가 그 분야에 전문성은 있어야 할 것이다.
음...
그래도 좀 내세울 만한게 음악이랑 스포츠 쪽인데 기자가 되는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스포츠보다는 음악쪽이 괜찮아 보였다.
워낙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렇다면 음악관련해서 글로 먹고 살 수가 있을까.
일단 음악평론가가 떠올랐다.
음악도 많이 듣고, 글도 쓰고 왠지 내가 상상한 이상적인 직업같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안 떠올랐다.
음악+글=음악평론가 뿐인가?
그러다가 생각난게 작사였다.
작사라고 하면 음을 다루는 작곡보다는 쉬워보이기도 하고, 글만 좀 잘 쓰면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작사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A부터 Z까지 하나도 아는게 없었다.
그래서 관련 서적이있나 검색했고, 이 책을 펴들었다.
대중음악을 좀만 알면 이 책의 작가인 김이나 작사가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히트곡을 썼고, 방송에도 가끔 패널로 나오곤 해서 이름은 모르더라도 얼굴은 익숙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작사가가 김이나가 아닐까.
이 책은 작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작사가가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어떤 루트로 되는지 어떤 능력을 갖춰야하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작사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쉽게 생각했던 경향이 있다.
CM송을 보면 기존에 있던 곡에 가사만 새로 붙여서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나.
꼭 광고업계에 있지 않더라도 재미로 개사를 해본적도 많을 테고.
막상 해보면 은근히 재밌고, 쉬우니까 작사도 쉬울거라는 편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작사는 그렇게 쉬운게 아니었다.
노래할 때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노래방 반주가 아닌 MR에 노래를 불러보면 박자에 맞춰서 부른다는게 상당히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노래방에서 노래 좀 한다고 모두가 가수가 되는게 아니다.
하물며 작사는 그 MR에 가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단순히 글쓰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박자에 맞는 글자수도 맞춰야 하고, 그 한정된 글자수에 맞춰서 분위기에 맞는 가사도 써야한다.
그것도 들어본 음악이 아닌 처음 듣는 음악에 말이다.
책에는 이렇듯 곡이 만들어지는 전반적인 과정이라든지 음악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그리고 김이나가 그 동안 썼던 곡들이 어떤 영감을 받아서 쓰게됬는지 등이 담겨있다.
작사방법을 처음부터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은 아니지만 나처럼 막연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관심이 있거나 작사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혹은 작사가 김이나의 곡들을 좋아했던 이들은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