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을 서두르는 남성, 쉽게 말을 못 놓는 여성 이야기
‘나는 솔로다’ 남녀 매칭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남녀 6명씩, 총 12명의 남녀가 5박 6일간의 생활을 함께 한다. 겨우 6일이지만 며칠 사이에 이성의 설렘이 생겨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배신의 감정으로 눈물 콧물을 쏟기도 한다. 짧지만 굵게, 남녀 사이의 수많은 감정을 경험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한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매칭된 여성들에게 말을 놓는다. 심지어 나이가 한참 어린 남성도 나이 많은 여성에게 말을 놓는다. 아니 반말을 서두른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존댓말을 하는 경향이 높다. 나이가 한참 어린 남성이면 모를까 대부분 반말을 삼가는 편이다. 말을 놓고자 노력하는 남자들과 존댓말을 놓지 못하는 여성들, 그들의 내적 동기 요인이 궁금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문화적으로 남성은 여성을 ‘리드한다’는 성역할의 통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너를 리드하는 위치에 있다는 잠재적 욕구가 반말 사용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린 남성은 여성에게 적어도 같은 위치에 있음을 어필하기 위해 반말을 더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 어렵게 버벅이며 말을 놓으려는 노력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안타까울 정도다.
반대로 여성들이 매너가 좋아서 존댓말을 한다기보다는 남자로부터 리드당하는 입장의 잠재적 인식이 존대어로 표현되는 것 같다. 남성의 리드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어리거나 상관없이 말이다. 서열의 우위를 점하거나 최소한 평등선에서 시작하려는 남성은 반말을 서두른다. 리드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잠재의식이 있는 여성은 존댓말을 꾸준히 유지한다. 평등을 외치면서 잠재의식은 평등이 아님을 남녀의 대화 방법을 통해 목격하게 된다.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성향상 반말이 어려운 케이스도 있다.)
반말은 친밀감 표현으로 편하게 소통하는 효과가 있다. 짝을 찾기 위해 나왔으니 최대한 빠르게 긴장감을 내려놓고 친해지고자 반말을 서두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준비 없이 들어오는 반발은 당황스럽다.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면도 크다. 반말 남발은 가볍게 보이는 언행이다. 매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반말은 기분 좋은 대화를 할 때는 허물없는 사이로 발전하며 급속도로 친해지게 만든다. 언쟁이 수반되는 대화에서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냉각시켜 버린다. 반말은 가볍고 저렴한 소통의 주범으로 전락된다. 상대에 대한 존중감을 싹 말려버린다. 반말의 두 얼굴이다.
존대어는 어느 정도 긴장감을 동반한다. 존댓말은 남녀의 친밀감을 서서히 달군다. 서서히 달궈진 관계는 안 좋은 상황에서도 급한 추락은 없다. 소통하는 언어에 이미 상대에 대한 존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존중하는 의미에서 존댓말을 유지하는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참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존대어를 서로 쓰는 중년부부들이 있다. 흔하지 않아서 더 귀하게 보였는지, 존중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웠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부부의 사랑은 식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평생을 서로 존대하며 살아왔기에 그 깊이가 쉽게 부서져 흩어질 가벼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언어에서 시작된다. 순식간에 활활 타올라 재만 남기는 덤불처럼, 성급한 반말로 시작된 친밀감은 오래 못가기 쉽다. 참숯이 천천히 달궈져 오랫동안 따뜻한 기운을 내듯, 존댓말에 담긴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는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친밀감이 부족해 보일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언어야말로 시간이 흘러도 식지 않는 진정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