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마을이, 온사회가 아이를 키워야

현실 육아는 상상보다 더 고약하고 힘들어요

by 다시청년

직장 동료(마치 상사처럼 행동하는 동업자)가 내게 던졌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 그 시절 본인은 자녀가 없었다.)

“가정사를 직장으로 가져오면 됩니까? 그러니 여성들이 성장을 못하는 거예요.”


3월은 학교마다 학부모 총회가 있다. 학부모 총회에 들렸다가 출근한다고 알리니 내게 던진 말이다. ‘너도 자식 낳아봐!’ 이 말을 면전에 토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다. 말해서 의미가 닿을 사람이면 저런 개념 없는 소리를 하겠는가. 무의미한 사람임을 감으로 알았다.


회사의 교육프로그램 리뉴얼로 고객들의 수고로움이 강제되었다. 개인 데이터를 새 프로그램으로 이관해야 하고 학생들의 학습 관리 변화가 불가피하다. 3개월의 기한을 줬다. 3개월 후부터는 구 프로그램은 사용을 못한다. 기한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요청이 들어왔다. 구 프로그램 사용 기한을 더 연장해 달라는 부탁이다. 내부에서 충돌이 생겼다. 고객에게 충분하지 않은 시간일 수 있으니 연장해 주자는 의견과 2시간이면 충분한데 3달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의견충돌이다. 나는 기한을 더주자, 동업자는 2시간이 없냐 의견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여성이다. 육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학원이나 공부방을 운영하는 교육사업자다. 다시 말해 자녀 간식이며 식사를 챙겨야 하고, 자녀의 학원 스케줄 관리해야 하고, 학교나 학원에서 특별한 호출이 있으면 튀어가야 한다. 자기 사업장인 학원에서는 수업을 포함한 모든 운영을 혼자 하거나 시간 강사 몇 명과 한다. 학생관리 특성상 학생 한 명당 학부모까지 관리해야 하는 아주 터프한 직군이다. 사실 덩 쌀 시간도 없다. 점심시간의 개념은 있으되 허기지지 않을 정도로 대충 때우는 식이다. 식곤증? 느낄 틈도 없고 배고픔도 잊을 때가 다반사다.


‘나솔 사계’의 22기 순자의 하루 일과에 눈물이 났다. 두 아들을 키우며 사는 돌싱맘의 숨쉴틈 없는 일상에 나 또한 숨을 간간히 멈췄다. 직장맘의 현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온몸을 채웠다. 밤에 일하고 아침에 퇴근해 아이들 유치원과 학교 보내고 4시간의 쪽잠을 잔다. (방송분에서는 2시간 30분 잤다). 진행자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지?’ 이 맨트만 간간히 흘렀다. (사실 많은 직장맘들이 저렇게 산다. 나도 그랬다.)


돌싱맘이다 보니 더 극에 달한 힘든 일상이 노출되었다. 교육사업장을 운영하는 내 고객들 또한 비슷한 상황이라 추측한다. 순자 같은 돌싱맘도 있다. 2시간이 없어서 준비를 못할 수도 있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미쳐 신경을 못 쓸 수 있다. 아무리 남편이 육아를 함께 한다 해도 절대적으로 엄마가 필요한 어린 성장기, 대체불가능한 시기다.


전적으로 엄마의 역할이 집중되는 자녀의 성장기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느낀다. 순자는 밤에 일하고 있었다. 야근 노동의 수당이 높고, 낮에는 아이들 케어해야 하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이런 험난한 과정이 출산 패키지로 인식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기꺼이 출산과 육아를 감내할 용기를 낼까?


여성의 경제활동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 중간 관리자 이상은 대부분 남성비율이 높다. 그들이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는 출산을 통한 행복한 상상은 요원할 뿐이다. 출산 자체를 덤탱이 쓰는 것으로 혹은 개인의 자유를 앗아가는 족쇄로 느낄 확률이 높다. 어떤 여성도 자신의 삶을 육아와 맞바꾸고 싶지 않을 것이다. 출산기피는 더 심화될 것이다. 22기 순자를 보는 여성들이 순자에 대한 안타까움만 있었겠는가. ‘난 출산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더더더 확고한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과거에 비해 육아의 고충에 대한 사회의 이해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자녀 때문에 급하게 퇴근하는 것에 눈치가 없어야 한다. 육아 이슈에 대한 문제는 모두가 너그러워야 한다. 미혼이니, 무자녀니 이유로 공평 운운하며 따지지 말아야 한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회, 이웃, 공동체 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특히 정부의 기업지원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아닐까? 육아 중인 여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혜택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이 손해를 떠안는 상황에서는 육아 눈치는 절대 사라질 수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몇 주 지나면 학부모총회 개최 안내문이 온다. 학부모총회 참석에 대해 가정사 운운하던 그 동료도 이제 초등 자녀가 있다. 학부모 총회에 참석할 것이다. 내게 했던 말은 새까맣게 잊고 참석할 것이다. 한 마디 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매년 봄이면 한다. 벌써 10년째다. "어때? 학부모 총회 가야겠지?"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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