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눈, 다른 진실.... 뇌가 편집한 기억

같은 이야기를 왜 우리는 다르게 기억하는지 알 수 있어요.

by 다시청년

진실은 마음속 필터를 거쳐 ‘다르게’ 쓰인다

누군가는 그날을 슬픈 날로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소중한 날로 꺼내놓는다. 똑같은 사건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사람은 눈으로만 세상을 보지 않는다. 마음속 감정 렌즈로도 세상을 본다.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경험, 학습된 감정 패턴, 관계에서 겪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내면에 켜켜이 쌓인다. 마치 안경처럼. 누군가는 ‘신뢰’라는 색을 쓰고, 다른 누군가는 ‘의심’이라는 색을 낀다. 안경의 색이 달라지면 세상의 색도 달라진다.

“그 일은 네가 잘못한 것 같아.” 같은 말을 듣고도 어떤 이는 “또 나를 무시하네?”라고 반응하고, 어떤 이는 “아, 새로운 관점이다.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구나”라고 받아들인다. 들리는 건 같지만, 해석은 다르다.


진실은 하나지만, 해석은 수백 가지. 같은 영화를 보고 어떤 이는 “따뜻하다”고 말하고, 다른 이는 “지루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모두가 자신의 편집자다.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자르고 붙이고, 감정으로 자막을 단다. 이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너는 너의 안경으로, 나는 나의 안경으로 본 것뿐이다.


왜 우리는 ‘다름’보다 ‘같음’에 끌리는가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 낯선 부족과 다툴지, 익숙한 무리와 뭉칠지. 결정은 생존과 직결됐다. 같은 언어, 같은 규칙, 같은 믿음을 가진 집단이 더 안전했다. 배신당할 위험도 줄었다. 뇌는 유사한 의견에 보상을 주고, 이질적인 생각엔 경고를 울렸다.


이 뇌는 지금도 작동 중이다. 회의 자리에서 다른 의견을 꺼내는 사람이 낯설다. SNS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팔로우하며 안도한다. 동의를 받을 때 소속감을 느끼고, 불일치 앞에서는 내 정체성이 위협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을 부정당한 게 아니라는데도, 감정은 먼저 반응한다.


이건 생존이 불안정하던 시절의 뇌가 설계한 반응이다. 현대 사회에서 의견 불일치는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사고의 맹점을 비추는 조명이다. 불편한 관점은 내 뇌를 확장시키는 스트레칭. 안 쓰던 근육처럼 처음엔 아프지만, 그만큼 유연해진다.


진화로 굳어진 뇌를 스스로 진화시키는 법

우리는 각자 다른 기억의 필터를 쓴다. 말이 어긋나고, 감정이 엇갈린다. 동시에 같은 것에는 끌리고, 다른 것엔 거부감을 느낀다. 진화의 흔적이다. 본능을 안다고 해서 곧장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본능을 알아차릴 수는 있다.

“아, 지금 내 뇌가 옛날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구나.”

이 자각이 시작점이다. 그 순간, 반응 대신 선택이 가능해진다. 공감하거나, 물러서거나, 한 뼘 더 넓어질 수 있다.

진실이 다르게 쓰인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관계도 새롭게 써나갈 수 있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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