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학원 간부 회의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수강생으로 이루어진 공연을 매달 학원에서 여는데 그 공연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수강생으로 구성하여 공연을 만들면 공연에 대한 집중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M 대표님이 말했다.
“나는 서툴러도 그 사람이 곡에 진심을 다 하면 엄청 집중되던데. “
보통 사람들이 ‘대단하다’라고 인정하는 보컬 능력인 안정적인 톤과 높은 고음은 대체되기 쉽다
매 세기, 매 년 새로운 보컬이 탄생하고 그보다 더 빨리 AI가 성장 중이다.
페이크 비주얼에 이어서 포먼트 기반의 음성 기술을 개발하여 만든 페이크 보컬로이드는 각종 취향에 맞춰서
(영어권/남자/여자/ 등) 내가 원하는 가사에 원하는 멜로디를 부를 수 있게 개발되고 있다.
‘브루노마스가 부른 어텐션’ 같은 것들이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AI 대체 보컬의 결과물이다.
이런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보다 더 빨리, 파괴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반면에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더듬더듬 시간을 들여 연습한 노래,
어떤 이를 그리며 만든 노래, 진솔한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 노래에는
특유의 무언가가 있다. 인간이 동물이기에 전해지는, 감각적인 부분의 것이다.
그 감각은 때론 감동이 되기도 하고 즐거움이 되기도 하며 애틋함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동물적인 감각과 감정을 느끼는 뇌가 있는 이상 이런 노래들은 대체하기 어렵다.
유명한 보사노바 곡 중에 Disafinado라는 곡이 있다.
라틴어인 Disafinado를 영어로 번역하면 out of tune, off key 즉, 음치라는 뜻이다.
이 곡은 노래에 서툰 음치를 마치 사랑에 서툰 사람에 비유한 노래로,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당신이 모를뿐더러 상상할 수도 없는 게 있죠,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에도 진심이 있는 거예요.
Disafinado해석을 보며 이 곡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 이런 내용을 가진 곡이라는 것에 놀랐다.
이제껏 재즈, 보사노바는 코드를 분석하고 리듬을 파악하는 공부용으로만 여겼는데 공부용이기 이전에 먼저 아름다운 곡이었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그동안 내가 ‘실력’이라는 허울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음치는 실로 오랜만에 나를 많이 생각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진심을 느끼게 한 것이다.
Disafinado의 부드러운 선율을 따라 가늠해 본다.
서툰 사람들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진심을 노래에 담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