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8. 데친 브로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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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결국 8. 데친 브로콜리
산후관리사님이 계실 때 이야기다. 집에서 산후관리를 받으면, 아기를 봐주고 청소를 해주는 등 여러 좋은 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음식을 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관리사님은 요리도 잘하셨지만 손도 무척 빠르셨다. 한 번에 너 덧가지의 반찬을 마술을 부리듯 만들어내었으니 말이다. 기억나는 반찬이 몇 가지 있는데 오늘은 데친 브로콜리가 생각난다.
내가 브로콜리를 사다 놓으면, 관리사님은 브로콜리를 끓는 물에 가볍게 데쳐 초장과 함께 내주었다. 브로콜리는 마요네즈나 들깨에 무쳐 먹기도 하지만, 그냥 데쳐 먹는 것도 좋다. 다만 그렇게 먹을 때는 꼭 찍어먹을 장으로 초장이나 참기름장을 곁들인다. 장 맛이 좋고 간편해서 나도 자주 해 먹는 반찬이었다. 그렇게 종종 만들어 먹었는데도 관리사님의 브로콜리 요리가 특별히 더 기억나는 이유는 그가 만든 완벽한 식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르익지도 않고 설익지도 않아 딱 씹기 좋은 맛이었다. 나는 매번 식감이 달라져서 음식에서 로또를 뽑듯 요행을 바라야 했다.
한날은 브로콜리를 전자레인지에 찌면 손쉽다는 얘길 듣고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가량 돌려본 적이 있다. 증기가 폴폴 나는 게 보기엔 먹음직스러웠다. 한 입 베어 물으니 물 맛이 나면서 수분감이 조금 느껴졌다. 다음엔 2분만 돌려보자고 다짐했다. 데친 브로콜리는 역시 식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