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9. 스타벅스 슈크림라떼
삶은결국의식주일뿐이다
삶은결국 9. 스타벅스 슈크림라떼
아기와 나와 짝꿍 셋이서 처음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오늘같이 한파가 매서운 날, 부러 나간 건 아니었고 아기 때문에 병원 갈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기는 노란 눈곱을 몇 주째 달고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무던한 우리는 그저 집안 먼지때문이거니 먼지만큼 사소한 일로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다 지인이 겨우 며칠 눈곱 생긴다고 소아과 가서 안약까지 타 왔단 얘기를 듣고 우리가 너무 안일했구나 싶어 채비를 한 것이다. 물론 병원은 자그마한 문제라도 발견해서 약을 지어주는 게 본분의 일이다. 그렇지만 부모는 적당히 유난을 떨어야 하는 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보통의 나보다 더 유난을 떨며 짝을 재촉해 병원엘 갔다. 하필 요 며칠 사이 중에 가장 지독한 강추위였다. 아기를 속싸개로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싸매서 들고 가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소아과 선생님이 휴진이라는 소리를 병원 도착해서 들었다. 그곳은 내과를 겸하는 곳이어서 다행히 내과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경미한 결막염이라고 하며 안약을 처방해주었다. 결막염이라니, 결막염이라니, 나는 대단히 큰 병을 진단받은 것처럼 아기에게 연신 미안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차에 탔다고 곯아떨어진 아기를 보며, 우리는 그대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로 달려갔다.
정말 겨울의 끝무렵에 다다랐는지 스타벅스에 시즌 신메뉴가 나왔다. 작년인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었던 슈크림 라인이 재출시된 것이다. 물론 가격은 조금 더 올려서. 따뜻한 슈크림라떼와 슈크림 프라푸치노 위드 판나콘타(길다,,)를 받아 들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는 너무 추웠는지 사람 한 명, 개미 한 마리도 보기 어려웠다. 우리는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차 안에서 슈크림을 마셨다. 아기는 자고, 차 안은 따뜻하고, 음료는 달고 맛있었다. 당 충전된다, 나무가 추워 보인다, 등 별 것 없는 잡담을 나누는 사이 아기는 조금씩 칭얼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