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받지 못한 사람
나는 사랑받지 못했고,
사과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자랐다.
어릴 적, 내 이름은 ‘야’였다.
누군가의 딸이기 이전에,
단지 불려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내게 건네진 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언어들이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엄마가 딸에게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말들.
기억이 모두 선명한 건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든 재생 가능한 비디오가 있다.
그 비디오는 그날의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때때로 내 눈과 마음에 빗물을 내리곤 한다.
나는 이제 겨우 평범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내 아이들만큼은
내가 겪은 고통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무수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너무도 가볍게 그 선을 넘고 있었다.
겨우 21개월 된 내 아이가
거실에서 20분 넘게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요구르트를 흘렸다는 이유로
어깨와 엉덩이를 맞는 듯 한 장면과
장난감 자동차에서 억지로 끌려 내려오는 듯 한 장면, 그리고 "무릎 꿇고 손 들어"라는 말을 들었다.
입안에 밥이 남아 있는 채로
숟가락은 계속 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억장이 무너지는 장면은 수없이 많았다.
그 순간,
나는 다시 그날의 나로 돌아갔다.
어린 내가 눈앞에서 울고 있었다.
작년, 가게에서 있었던 일로
겨우겨우 회복하고 있던 나에게
이건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내 가장 소중한 아이가,
내 욕심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은 것이다.
그래도 감사하려고 했다.
우리가 집을 오래 비우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이건 하늘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아이가 더 아프기 전 발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그래서, 용서해보려 했다.
계속 미워하고 있으면,
결국 모든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
그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나는 나 자신을 망가뜨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용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기다렸다. 2주 넘는 시간 동안,
영상도 다시 보고, 행동의 맥락도 따져보았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신고의무자’였다.
아동학대로 정식 신고했고,
센터에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라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사과받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정말 몰라서인지,
아니면 미안하지 않아서인지.
‘사과를 받지 못하는 경험.’
그건 내 마음 깊은 곳의 원초적인 욕망이자
나를 움직이는 트리거였다.
그걸 통해 겨우 나를 회복해 왔는데
나는 또다시 거절당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생각보다 내가 나쁜 사람이라 벌을 받는 걸까?’
나는 진심으로,
내가 살아온 모든 고통이
내가 받을 운명 같은 건 아닌지
내 존재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우고,
또 들고,
또 지우 고를 반복했다.
*본 글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명예를 훼손하려는 목적 없이,
교육 및 보호 환경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를 기록하고자 쓴 글입니다.
특정 대상에 대한 공격이 아닌,
유사 사례 예방과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