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좋은 사람인가

사과받지 못한 시간, 내가 증명해야 했던 것들

by 이서연

아이의 모든 변화는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정황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나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두 아이를 돌보며, 한 달 넘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영상을 돌려보고 자료를 모았다.
낮에는 아이들과 웃고 공부하며 하루를 살아냈고, 밤에는 영상 속 아이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엄마가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감히 욕심부려서 미안하다고…”

경찰 조사, 시청 조사… 하나하나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마음은 점점 더 무너져갔다.
아이의 심리 치료를 위해 방문한 상담센터. 부모 상담 중,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가 너무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아이가 이런 일을 겪은 것 같아요.”

그러자 상담센터장은 덤덤하게 말했다.

> “맞아요, 엄마 잘못이죠. 보육교사시잖아요. 더 잘 아시잖아요.”



그 말은 비수처럼 꽂혔다.
전문가의 말이라는 무게가 내게는 더욱 깊은 상처로 다가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 날 선 칼날이 박힌 듯, 가슴은 철철 피가 나는 듯 아팠다.

그래도 참았다.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 나를 붙들었다.
아이의 회복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센터의 스케줄에 맞추어 시간을 조율했다.
두 번째 상담은 지각으로 무산되었고,
세 번째 상담은 가게 문을 닫고 어린이집에 연차까지 내며 어렵게 준비했다.

하지만 상담 당일, 단 세 시간 전. 센터장에게 전화가 왔다.

> “감기에 걸렸는데, 아이에게 옮을까 봐요. 아이를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어머님이 이해해 주셔야죠.”



사과는 없었다.
이미 무너져 있던 마음에, 마지막 일침처럼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 “센터를 옮기겠습니다.”
“그러세요.” 그게 전부였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왜 이렇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을까.
나는 사과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가.

지쳤다.
상처를 꺼내어 보여주는 것도,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그래도 결국 나는 다른 상담센터를 찾았고,
다행히 아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고, 나 역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살아남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일이었다.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누군가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통을 당했는지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나는 수많은 질문들을 느꼈다.

> “돈 때문인 건 아니에요?”
“아이를 너무 일찍 맡긴 거 아니에요?”
“그냥 넘길 수도 있었던 일 아닌가요?”



그 질문들은 차마 입 밖에 나오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조여왔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건 내 일이 아니라, 내 아이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반드시 증명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잘못했음을.
그 사람이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그리고 나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다.

그 사과는 둘째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한 번도 사과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꼭 필요했다.
그 한 마디 사과를 듣지 못해, 나는 수많은 밤을 울며 보냈다.

나는 증명해야 했다.
예민해서 신고한 게 아님을.
돈을 노리고 싸운 게 아님을.
생사람을 잡은 게 아님을.

그리고 나는 묻고 싶었다.
“당신의 아이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정말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었을까요?”

누군가는 내게 묻는 것 같았다.

> “사과받지 않은 채 그냥 넘길 수도 있었잖아. 왜 그렇게까지 해?”



그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이러면 좋은 사람이 아닌 걸까.
나는 끊임없이 내게 질문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

사과받지 않은 채, 괜찮은 척 넘길 수 있는 일이 정말 맞는 걸까.

나는 사과받지 못한 사람이다.
사과받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언제나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살아왔다.

그 의심은 곧 나를 키워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로 이어졌다.
왜 그녀는 나를 저주하며 폭언을 쏟아냈을까.
왜 나는 사랑이 아니라 증오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 모든 폭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걸까.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사과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싸우는 중이다.
사과받지 못한 나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진심이 닿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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