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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Dec 06. 2023

체크아웃하기 전, 나만의 루틴

누구는 쓸데없는 짓이라 하겠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여행지의 이색적인 풍경, 맛집 순례, 일상을 벗어나 누리는 힐링의 시간 등등) 내가 묵는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그 공간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의 설렘을 빠뜨릴 순 없다. 깔끔하고 정제된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새로움까지.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기에 집안일에 대한 압박이나 넘쳐나는 물건으로 인한 부담감도 전혀 없어서 여행지의 숙소에서는 죄책감 없는 휴식이 가능하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나는 꽤 오래전부터 체크아웃을 할 때 내가 머문 숙소를 체크인때와 다름없는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고 한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간 늘어놓았던 나의 짐을 다시 캐리어에 차곡차곡 담고, 숙소에서 사용했던 물건들도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체크아웃을 준비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순간에는 처음 들어갈 때와 같은 모습으로 숙소와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요즘 간혹 투숙객들이 숙소를 엉망으로 사용하고 떠났다는 넋두리가 숙박업을 하는 사장님들의 커뮤니티에서 오르내리곤 한다. 지난밤의 술자리 흔적, 엉망이 된 이부자리,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찌꺼기, 파손된 집기, 종종 토사물의 흔적들까지... 


떠나버리면 아무도 내 뒷모습을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떠나는 거겠지만,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내 여행이 좀 더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 있다. 나는 그 만족감이 좋아서 매번 체크아웃 전에 숙소를 한번 더 둘러보고 나온다.


체크아웃 직전의 숙소 모습




+ 강박에 가까운 나의 체크아웃 뒷정리를 함께 겪는 가족들의 반응은 이렇다.

"우리집이나 좀 치우는 건 어떨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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