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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Oct 16. 2020

남성의 호의가 불편하다

나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다. 평균보다 작은 키에 너무 마르지도 통통하지도 않은 몸, 하얀 피부에 큰 눈을 가졌지만 동그란 코, 하이 톤의 목소리와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 구두보단 운동화를 좋아하고 딱 붙는 옷보다는 펑퍼짐한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는다. 매력이라고 한다면야 전공을 했으니 당연히 일반인보단 노래를 잘하고 피아노와 기타를 칠 줄 안다. 이런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임에도 나는 신기하게 남성의 호감을 많이 받았다.


최근에도 내게 호감을 보인 남성들이 있었는데 굉장히 불편함을 느꼈다. 매일 내게 연락을 하고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내게 하루에 세 개 이상의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의 일상을 사진 찍어 보내고 가끔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단지 나는 현재 연애하고 싶지 않았. 나는 이들이 내게 호감을 보이는 게 눈에 빤히 보이면서도 관계가 끝이 나는 것이 싫어 애써 상황을 모면하는데 급급했다. 점점 그들의 호의가 불편하고 미안했다.


그제야 나는 마음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 상대방도 나 자신도 호감이 있어야 관계가 형성됨을 알았다. 균형이 무너지면 관계는 결국 일그러지고 만다. 그들은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내게 무례하게 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게 호감이 없기 때문에 호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쩌면 사랑도 마찬가지다. 한쪽만 애쓴다고 그 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무조건 사랑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듯 무작정 사랑을 준다고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연애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의 무게가 기울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이 내가 노력한다고 그 마음을 받아주면 다시 자연스레 관계는 균형을 이루겠지만, 이미 상대방의 마음이 텅텅 비어버렸을 때는 내가 마음을 준다고 해서 상대방이 받지도 않는다. 이런 관계가 지속됨에도 헤어짐이 더 무서워 끝맺지 못할 때가 있다. 상대방도, 당사자도 지쳐가다가 결국 더 깊게 마음이 조각조각 나고서야 끝이 나버린다. 어쩌면 일찌감치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외면한 자신을 탓하게 된다. 심장이 철철 피 흘리는 소리가 들린다.


좋은 관계라는 것은 사랑을 주는 것뿐 아니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랑을 감사히 받을 줄 알아야 갚을 줄도 안다는 말이다. 상대방이 나의 호의를 받을 마음이 없다면 잠시나마 기다려 주는 인내심. 혹은 나의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접을 줄도 아는 용기. 즉 상대방에게 나의 호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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