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쁜 편지 # 10
친구야, 사실 나는 지금 네가 밉다.
어젯밤을 기억하니?
나는 우울함을 달래지 못하고
결국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느 누군가의 목소리라도 들어야
이 두근거리는 심장이 잠시나마
안정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너였으면 좋겠어서.
그러나 너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길고 긴 신호음 끝에
나는 좌절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어쩌면 자고 있을 너를
꺠우지 않았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오늘이 지나가는 이 밤까지도
너에겐 연락이 한 통도 없다.
야속하게도, 아침에 일어나
늦은 밤 부재중 통화가 찍혀 있는
그 화면을 보고
내게 전화 한 번 해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래서 네가 조금 미웠다.
근데 사실은 알고 있거든.
네가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른 새벽 눈을 비비며
5번째 맞추어놓은
아슬아슬한 알람 소리에
급하게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다가
아스라이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한숨 한 번 푹 내쉬곤
그 바빴던 하루 안에
어쩌다 내가 없었을 뿐이었던 거지.
친구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을 뿐인 걸까?
우리는 행복을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걸까,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걸까?
아니, 사실은
삶은 죽기 직전까지 풀 수 없는
어렵고도 긴 문장의 문제 같아서
우리는 숨 쉬는 동안에는
이 문제는 풀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우리는 죽지 못해 살아야 한다.
당장 죽을 수 없으니 살아야지.
'아이고, 죽겠네' 하면서도 결국
내일 눈을 뜨니
그러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