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제게 물었습니다. 왜 자꾸 행복해지려고 하냐고요. 자신은 그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행복하려고 애쓸수록 실망감이 커진다고 말이에요. 자신은 그냥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나, 최선을 다해서 산다고 했습니다. 그게 행복하거나 불행하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어쩌면 그 사람에게 제가 하는 이 모든 행동은 발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겠네요.
맞아요, 나는 발악했습니다. 행복함을 느껴보려고요. 아니,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좀 살만하다고 느끼고 싶어서요. 이 세상에서 살만 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힘이 듭니다. 평범하게 사는 데에 있어서 제일 노력을 많이 요하는 세상이거든요. 어릴 적 보던 짱구네 집이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저렇게 '평범'하게 말고 특별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우리가 알던 '평범'한 짱구 아빠는요, 키가 180cm의 장신에 일류대학을 나오고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마당 딸린 2층 주택에 살고 있답니다. 또한 연봉이 650만 엔, 한화로 약 7000만 원 정도래요. 이 정도 스펙은 되어야 '평범'하게 살 수 있나 봐요. 예쁜 와이프와 아이 2명을 낳고 매일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평범' 말이에요.
저는 나이가 한 살 한 살 늘어갈수록 느꼈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살만하다고 느껴야 할까요? 돈이 많다면 당연히 행복을 더 느낄 순 있을 거예요. 돈이 없다면 돈이 많은 사람보다 불행하기 더 쉬우니까요. 건강하다면 행복하다고 느낄 거예요.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너무 중요한 일이거든요. A부터 Z까지 잘 맞는 애인이 있어도 행복하겠네요. 물론 저는 혼자서도 잘 살아가고 있지만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저는 돈이 됐건, 건강이 됐건, 사랑이 됐건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월급날이 다가오기 직전에는 좀 더 궁상맞게 돈을 아끼게 되니까요. 한창 병원에 다닐 때도 그랬어요. 내게 왜 이런 병 따위가 온 걸까 너무 슬펐어요.
자꾸 '평범'을 쫓으니까 불행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답니다. 나의 처지를, 내 심정을, 나의 인생을. 모나고 밉다고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봐주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 말고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결국 제가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은 말은요. 우리가 행복하고 좀 살만하다 느끼려면요. 힘들었고 안쓰러운 내 과거도, 자신도 토닥여주고 안아주세요. 그래야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정말 잘 살아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