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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Apr 25. 2021

아프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아프다

안타깝다. 아프지 말아야 할 사람이 아프다. 그 사실이 날 아프게 한다. 누군가를 자신보다도 더 사랑했던 사람들, 평생을 몸 바쳐 열심히 일해왔던 사람들, 사랑만 받고 행복만 해야 하는 아가들. 아파선 안될 사람들이 자꾸만 아픈 세상이다. 그저 열렬히 사랑했을 뿐인데 배신을 당하고,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해왔을 뿐인데 병에 걸리고, 그저 예쁜 꽃봉오리로 태어났을 뿐인데 학대를 당한다. 아파선 안될 어여쁜 사람들, 그 사람들.


이런 세상이기에 자꾸만 신을 원망해본다. 하느님, 당신은 정말 계십니까? 지금 이 세상을 지켜보고 계십니까? 정말 이들에게 주어진 시련은 이겨낼 수 있는 시련입니까? 아니면 그저 하루빨리 다시 당신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뜻입니까? 그러나 결국 하느님은 답이 없다. 원래 과묵하신 편이셨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다. 어쩌면 신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이 와버린 것이라고. 신이 원치 않았던 악들이 이 세상을 물들여 일일이 구원하시기 어려운 세상이 와버린 것이라고. 하느님도 선한 인간의 손이 필요하신 거라고. 결국은 악한 인간들의 탓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신을 원망할 필요도 없고,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해서도 안된다. 아프지 말아야 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굽어버린 그들의 등을 토닥여주고 눈을 맞춰줘야 한다. 그들의 상처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나의 입은 잠시 닫아주고 상처 받은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멍든 그들의 심신을 가만히 살핀다. 내가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잘못이 없노라고, 당신은 아프지 말아야 할 사람인데 그저 나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한 것뿐이라고. 그 여린 마음으로, 아프다 소리도 못 내고 울고 있었을 당신을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먹먹하다고. 부디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겠느냐고.


매일 마음이 아프다. 아프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아프기에.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아파할 그들이 하루빨리 치유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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