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는 서로에게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미쁜 편지 # 11

by 최이로

엄마, 우리는 서로에게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나는 당신을 웃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엄마는 내게 짐을 지워 미안해한다.


엄마 앞에서 나는 절대 울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실은 당신 앞이라 더욱 절규하고 싶다.

내 절규를 들어주는 사람이 차라리 당신이었으면 한다.


엄마, 우리는 전생에 어떤 사이였길래

이렇게 현생에서 서로가 애달픈 존재인 걸까

나는 엄마만 생각하면 한없이 먹먹해졌다가

이내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탕탕 쳐야지만

파 하고 큰 숨이 쉬어진다.

엄마도 나를 생각하면 그럴까 나는 걱정된다.

행여나 당신의 실수로 지운 내 두 어깨의 짐에

나와 같이 먹먹한 가슴에 숨쉬기가 어려울까 봐

나는 그저 걱정이 된다.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받을 것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에게 해줄 것이

마땅치 않아 내가 참 밉다.


내가 눈물이 많은 건 나와 같이 눈물이 많은

당신을 닮아서일까

근데 왜 당신은 내 앞에서 한 번을 울지를 않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나 매일 죽음의 안식을 부러워하는데

당신의 삶은 생과 사 중에 어디에 더욱 기울어져 있을까

나는 생각하기가 싫다.

내가 없을 삶을 당신이 생각하기 싫듯이

나 역시 당신이 없을 삶을 생각하기 싫으니까


엄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

그동안 우리가 행복하다 웃으며 서로를 안아줄 날이 있을까

나는 당신의 삶이 힘만 들다 갈까 봐 그게 너무 무섭다.


엄마, 그러니까 조금만 더 살아줄 수 있을까

나도 살아낼 테니 엄마도 나를 위해 조금만 더 살아줄 수 있을까

비록 이기적일지라도

나는 엄마 없이는 용기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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