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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이로 May 30. 2021

생일날 가족 아무에게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5월 24일의 12시가 되자마자 여기저기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선물도 많이 받았다. 의외의 사람들마저 연락이 와서 안부를 물으며 나의 생일을 챙겼다. 민망함과 동시에 그 마음이 고마워 메시지에 내가 최대한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감사함을 글자에 꾹꾹 눌러 담았다.


자고 일어나니 엄마와 아빠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였다. 고맙다고 짧은 답장을 한 뒤에 부스스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생일에 항상 케이크와 함께 꽃다발, 소소한 선물을 서프라이즈 하는 관습(?)이 있다. 다 알고 있기에 놀랄 일은 없겠구나 했는데 출근하자마자 생일 축하 노래가 틀어지고 다들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었다. 이런 마음 따뜻하고 요란한 생일파티는 오랜만인 것 같았다.


짧은 생일파티를 즐기고 업무를 시작하는데 가족들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 한 시간, 두 시간, 저녁시간이 되어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메시지가 왔으니 잊은 건 아닐 테고 잠깐 회사 밖으로 나와 결국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엄마는~딸내미 생일인데~전화도 안 하고~카톡만 딸랑 보내고~"

서운함을 최대한 애교스럽게 표현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염치없어서 그렇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나는 그저 전화 한 통이면 됐는데, 다 커서 생일 선물 같은 거 필요 없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못해주는 게 미안해 딸내미 생일날 전화도 못했던 것이다. 엄마와 간단히 통화 후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세가 있으시니 잊으실 수도 있었겠다 싶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할머니가 너한테 아무것도 못해주고 미안해서 전화도 못했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흔들렸다. 문자를 보내는 방법을 모르시는 할머니는 그렇게 문자도, 전화도 못하고 그저 혼자 손녀의 생일 날을 가슴 먹먹하게 울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그저 가족들의 생일 축하한다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는데 가족들은 내게 지운 짐이 미안해 축하할만한 염치도 없다고 느껴버린 것인지 마음이 참 답답했다. 회사 주차장 차 뒤에 쪼그려 앉아 올라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다.


엄마의 미역국이 먹고 싶었다. 할머니가 어설프게 불러주는 생일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떨어져 있길래 마음만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더 큰 마음을 받아버려 들고 있기가 무거웠다. 그 마음은 미안함이었기에, 나는 그 날 가족들의 미안함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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