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식당에서 가끔씩 사람들을 관찰한다. 맛있게 먹는 사람 있고 떠들며 먹는 사람 영상을 보는 사람 허겁지겁 먹는 사람 밥 한 공기 더 주세요 하는 사람이 있다.
작년 가을부터 밥맛이 떨어졌고 사는 게 지겨워지고 무기력해져서 밥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됐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냐며 추궁하기도 하고 회유해보기도 했는데 다 안 통했다. 그때는 먹어야 일을 하지,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이런 말들이 다 너무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울증이 점점 상향곡선을 그려가고 있던 거였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된 채로 며칠 살아본 적이 있었는데 직장과 집을 왕래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런 식습관으로 계속 살다가는 정말 죽겠다 싶어서 밥을 한 끼도 굶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루 최소 700칼로리는 먹자고 다짐했다. 이후로 정말로 굶지는 않는다. 밥도 잘 먹고 있다. 0.5~0.7인분의 양을 가끔은 의식적으로 절제하면서 가끔은 억지로 먹으면서 살고 있다.
식욕이 한참 돋을 때도 있는데 그런 시기가 지나면 또 먹는 게 징그러워지고 귀찮아진다. 대체로 식욕이 좋을 땐 살만해서인 것 같고, 식욕이 안 좋을 땐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 같다.
어제는 떡볶이가 정말 먹고 싶었다. 회사에서도 떡볶이 생각을 했다. 맵고 쫀득쫀득한 시장 떡볶이를 먹고 싶었다. 회사 근처에서 사먹을까 하다가 그러면 다 먹게 될까봐, 그리고 어차피 남길 거라서 집과 지하철역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길거리 떡볶이를 포장해가기로 했다. 점심을 대충 빵으로 때워서 꼬르륵 소리도 났지만 사탕을 먹으며 참았다. 마침내 떡볶이를 봤을 때 나는 저것을 정말로 하루 종일 갈망해왔다는 생각을 했다. 넋을 놓고 떡볶이를 보다가 여기서 먹고 갈까 포장해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포장해달라고 했다. 기다리면서 어묵도 하나 먹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아파서 아빠와 함께 응급실에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또 음식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 방금까지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이젠 먹고 싶지 않아졌다. 할아버지가 아픈 줄도 모르고 떡볶이가 먹고 싶었니? 내가 미웠다. 돌이켜보면 비이성적인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당시엔 너무 불안했다. 집에 가서 떡볶이를 반 정도 먹었다. 같이 사온 순대도 몇 개 주워먹었다. 다 먹어치우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다. 너무 불안하니까. 적어도 먹는 동안에는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살았을 때도 허기는 해결되지 않았고 이젠 그걸 아니까 그것만은 하지 말자 생각했다. 그걸 조절하는 내가 기특하게 느껴지면서도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의사 선생님은 '독하다'고 표현했다)
남들은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나 왜 이렇게 많이 먹고 있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런 생각 없이 허기 채우기 급급한 사람도 있겠고 참 맛있다 생각하며 음미하는 사람도 있겠지. 음식은 허기를 채워주지 못 한다. 배고픈 건 채워줘도 허기는 불가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