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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샌드위치 어디까지 먹어봤니?

나라별 특색있는 샌드위치를 알아보자!

by UVINO

저는 유럽여행을 갈 때마다 각국의 특색 있는 샌드위치를 맛보고 빠져서 매 끼니마다 다양한 속재료를 품은 샌드위치를 사 먹고 맛을 비교해 봅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집으로 돌아와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현지의 맛을 구현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곤 하죠. 저번 달엔 스페인에서 올리브 오일을 사 와서 보카디요(Bocadillo)를 한 달 내내 해 먹었고, 이번엔 덴마크에 다녀와서 훈제 연어 스뫼레브레드(Smørrebrød)에 빠져 로그브로드(Roggebrood)를 사서 버터를 바른 뒤 훈제 연어 위에 크렘프레슈(Crèam fraîche)와 딜을 섞어 오이와 레몬 슬라이스를 곁들여 먹고 있는데 맛이 기똥찹니다. 이 맛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샌드위치는 간단히 먹는 음식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고 꽤나 손이 많이 갑니다. 하지만, 이만큼 탄단지가 고루 섞인 가성비 건강식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아시아에 비교해 본다면 만두 같은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선 김치만두, 중국에선 딤섬, 일본에서는 교자로 형태는 비슷해도 나라마다 속재료와 맛 그리고 식감은 모두 조금씩 다르니까요. 그렇다면 유럽 각 국의 대표 샌드위치는 어떻게 다를까요? 지금부터 샌드위치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와 애용하는 식재료를 알아보겠습니다.



© John Montagu and Roast beef sandwich by Google

샌드위치의 역사, 귀족의 도박판에서 시작된 혁명


'샌드위치'라는 이름은 18세기 영국의 존 몬태규 (John Montague), 제4대 샌드위치 백작 (Earl of sandwich)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는 도박을 너무 좋아해서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워했는데, 어느 날 카드게임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 하인에게 '고기 한 조각을 빵 두 장 사이에 끼워 가져오라'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그 메뉴가 지금의 로스트비프 샌드위치죠. 손에 기름을 묻히지 않고 한 손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방식은 순식간에 퍼졌고, 그의 이름이 음식의 이름이 되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 Bocadillo de Jamón, Tortilla de patatas, Calamares by Google

스페인 보카디요(Bocadillo)의 단순한 미학


스페인의 보카디요(Bocadillo)는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스페인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바게트 같아 보이지만 스페인에서 주로 사용되는 겉껍질이 조금 덜 바삭하고 속이 더 부드러우며 밀도가 높은 바라 데 판(Barra de pan)이라는 길쭉한 빵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리고, 토마토즙을 내서 그 위에 바르거나 얹습니다. 그 위에 하몽(Jamón, 숙성 햄),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Tortilla de patatas, 스페인식 오믈렛)를 넣어 함께 먹죠. 마드리드에서는 칼라마레스(Calamares, 오징어 튀김)를 넣은 샌드위치가 대표 음식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카디요는 한두 가지 핵심 재료만 채워 넣습니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재료의 품질이 곧 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맛을 좌지우지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이 메뉴를 흔히 점심 식사나 오후 간식으로 먹습니다.


보카디요는 본래 스페인 농부나 노동자들이 간단하고 든든한 점심 식사를 위해 빵과 하몽, 치즈 등을 싸 들고 다니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값싸고 영양가 있는 재료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점차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도 서민들의 삶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 Smørrebrød med roastbeef, Leverpostej, 3 stk by Google

덴마크의 화려하지만 건강한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


덴마크의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는 오픈 샌드위치로 위에 올라간 토핑들을 보자 하면 굉장히 화려합니다. 딱딱하고 묵직하며 약간의 산미가 있는 호밀빵인 뤼브뢰드(Rugbrød) 위에 버터를 펴 바르고, 그 위에 신선한 해산물, 고기, 채소 등을 화려하게 얹습니다. 장식처럼 올라가는 허브나 소스 하나에도 정성이 담겨 있어, 빵 위에 정교하게 쌓인 재료들은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합니다. 스뫼레브뢰드는 덴마크의 미식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입니다.


스뫼레브레드의 기원은 19세기 농민들이 점심으로 남은 음식을 호밀빵 위에 얹어 먹던 관습에서 출발했습니다. 19세기말 코펜하겐의 식당에서 이를 정식 메뉴로 팔기 시작하며 요리사들이 점차 재료와 장식에 공을 들이게 되었고, 오늘과 같은 화려한 요리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호밀빵은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이 높습니다. 또한 위에 올라가는 토핑들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 탄단지 모두를 챙길 수 있는 건강식이기도 합니다.



비슷하고도 다른 네덜란드와 독일 샌드위치


네덜란드의 브로드예 (Broodje)와 독일의 벨레크테스 브로트(Belegtes Brot)는 그 의미와 형태가 매우 비슷합니다. 두 단어 모두 '빵 위에 무엇을 얹거나 채운 것'을 뜻하며, 일상적으로 즐기는 간단한 식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Broodje Kaas, Kroket, Filet Americain by Google

네덜란드의 브로드예는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흰 빵이나 곡물 빵에 여러 재료를 채운 것을 말합니다. 브로드예 게존드(Broodje Gezond)는 건강한 빵이라는 뜻으로 치즈, 햄, 오이, 토마토, 상추 등으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치즈가 굉장히 중요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샌드위치에는 꼭 치즈가 들어가는 편입니다. 참고로 고다치즈만을 넣은 브로드예 카스(Broodje Kaas)도 있습니다. 다른 형태의 샌드위치로는 브로드예 크로켓(Broodje Kroket)과 다진 생고기를 넣은 브로드예 필렛 아메리칸(Broodje Filet Americain)으로 불리는 샌드위치가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오신다면 가장 유명한 델리인 Eetsalon Van Dobben에 들러 네덜란드 전통 샌드위치를 맛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맛에 대한 기대는 접어주세요..).


© Belegtes Brot, mit Silserkranz, mit Wurst by Google

독일의 벨레크테스 브로트는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주로 빵집에서 파는 두껍고 튼튼한 호밀빵이나 브뢰트헨(Bröchen) 위에 햄, 치즈, 살라미, 소시지 혹은 치즈를 얹어 먹는 것을 말합니다.


두 나라의 샌드위치는 재료의 구성과 빵의 종류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지만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빵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는 기본 철학은 동일합니다. 두 나라 모두 빵이 식단의 중심을 이루는 만큼, 샌드위치는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입니다.



© Jambon-beurre, with roquette, with Cornichons by Google

프랑스 잠봉뵈르(Jambon-beurre)의 우아한 단순함


프랑스의 잠봉뵈르(Jambon-beurre)는 햄(Jambon)과 버터(Beurre)라는 이름 그대로, 심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샌드위치입니다. 겉은 바삭, 속은 가볍고 부드러운 정통 바게트 빵에 신선한 버터를 얇게 바르고, 햄을 끼워 넣는 것이 전부입니다. 특별한 소스나 채소 없이 오직 햄과 버터, 그리고 빵의 조화만으로 완벽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샌드위치이며, 원재료만으로도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미식 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잠봉뵈르의 인기는 19세기 중반 파리의 공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점심 식사가 필요했는데, 이탈리아 노동자들로부터 전해진 바게트를 이용하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햄과 버터를 넣어 만든 잠봉뵈르가 큰 인기를 얻어 국민 샌드위치가 되었다고 합니다. 요새는 원형 레시피에서 약간 변형하여 루꼴라, 살구잼 혹은 바질 페스토, 피클을 함께 곁들여 풍미를 다채롭게 하여 만들기도 합니다.



© Prosciutto Panino with Mozzarella, Grilled panini by Google

이탈리아 파니노(Panino)의 풍부한 다채로움


이탈리아의 파니노(Panino)는 작은 빵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빵에 여러 가지 속재료를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를 총칭합니다. 올리브 오일과 소금만으로 간을 한 소박한 맛부터, 프로슈토(Prosciutto), 모짜렐라(Mozzarella), 바질(Basil)등을 넣어 이탈리아의 맛과 향을 가득 담은 샌드위치까지, 그 종류와 재료의 조합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파니니 프레스에 눌러 뜨겁게, 치즈를 늘어트리며 먹는 것도 또 다른 파니노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파니노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던 빵과 고기 조합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파니노가 유명해진 것은 1970-8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의 파니노테카(Paninoteca)라는 바에서 다양한 재료를 넣어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 Zapiekanka by Google

폴란드식 피자 샌드위치 잡페칸카(Zapiekanka)


폴란드의 잡페칸카(Zapiekanka)는 '구워진 것'이라는 뜻을 가진 오픈 샌드위치입니다. 바게트 형태의 롤빵을 반으로 잘라 버섯, 양파, 치즈 등을 얹은 후 오븐에 구워냅니다. 따뜻하게 녹은 치즈와 속재료가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으며, 뜨거운 케첩을 뿌려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잡페칸카는 1970년대 공산주의 시절에 저렴하고 배부른 간식으로 인기를 얻어 지금까지도 폴란드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고기나 다른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비교적 구하기 쉬운 버섯과 양파 같은 야채를 활용하여 만든 것이 지금의 잡페칸카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고기, 감자튀김 등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여 넣고 케첩뿐만 아니라 마요네즈와 같은 다른 소스도 추가하여 풍미를 더 높인 메뉴도 판매 중입니다.



© Bifanas, Sandas de Leitão

포르투갈의 육즙 가득 비파나스(Bifanas)


포르투갈의 샌드위치는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단순하면서도 육고기의 풍미가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샌드위치인 비파나스(Bifanas)는 얇게 저민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마늘, 와인, 파프리카 등으로 양념한 뒤 동그란 빵 사이에 끼워먹습니다. 시즈닝 된 고기의 육즙이 빵을 촉촉하게 적시며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해 줍니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 중부 지방의 특산물인 레잇사오(Leitão), 즉 어린 돼지 통구이를 빵에 넣어 만든 샌드위치인 샌데스 데 레잇사오(Sandas de Leitão)도 지역의 명물 샌드위치로 손꼽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레잇사오를 먹을 때 비파나스보다 더 맛있게 먹었는데요, 어린 돼지 통구이의 훈연향이 더 풍미를 살려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 Gyros by Google

그리스 기로스(Gyros)의 상큼하고 묵직한 맛


그리스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기로스(Gyros)는 샌드위치의 한 종류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꼭 그리스가 아니어도 유럽 전역에서 기로스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양념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꼬챙이에 겹겹이 쌓아 불에 구운 뒤, 얇게 썰어 피타 빵 위에 올립니다. 여기에 요거트 베이스의 차지키 소스(Tzatziki), 양파, 토마토,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감자튀김을 얹어 돌돌 말아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로스는 묵직한 재료들과. 상큼한 소스 맛이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만족감을 줍니다.


기로스의 기원은 1920년대 오스만 제국이 해체된 후 터키에서 그리스로 이주해 온 난민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터키의 되네르 케밥(Döner Kebab) 조리 방식을 그리스에 전파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의 고유한 음식으로 발전했습니다.


기로스와 되네르 케밥은 모두 수직으로 세워진 꼬챙이에 고기를 쌓아 회전시키면서 익히고, 얇게 썰어 빵에 넣어먹는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하지만 두 음식은 고기 종류, 소스, 빵 등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고기: 되네르 케밥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 주로 양고기, 닭고기, 혹은 소고기를 사용합니다. 반면 기로스는 그리스 정교회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를 가장 흔하게 사용하며, 닭고기도 사용됩니다.

•소스: 되네르 케밥은 주로 요거트를 기반으로 한 차지크(Cacık) 소스와 함께 마요네즈, 토마토소스나 칠리소스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기로스는 요거트를 베이스로 한 마늘, 오이, 딜을 추가하여 만든 차지키 소스를 사용합니다.

•빵: 되네르 케밥은 주로 라바시(lavash)나 얇은 플랫브레드에 싸서 먹고, 양파, 양배추, 토마토 등을 넣습니다. 기로스는 도톰하고 부드러운 피타 빵에 감자튀김을 함께 넣어 먹거나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 Homemade Bocadillo and Smørrebrød by Uvino

이처럼 샌드위치는 단순히 빵과 재료의 조합을 넘어, 각 나라의 미식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이 샌드위치들을 어떻게 맛보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저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비슷한 재료들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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