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곰팡이로 만든 고기, 미래 식탁의 주인공이 될까?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

by UVINO

예멘 친구와 대화하다 알게 된 생소한 식재료,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식재료라 자세히 어떤 재료로 만드는 건지 물어봤더니 곰팡이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한국에도 곰팡이를 이용해 만드는 단백질이 있다고 하며 된장의 존재를 알려주었습니다. 둘의 차이점은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들지만 마이코프로틴은 콩이 아닌 특정한 균류를 사용한다는 점인데요. 콩을 베이스로 한 대체육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신기한 식재료는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과연 미래 식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마이코프로틴에 대해 하나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Mycoprotein by Google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이란?

마이코프로틴은 '곰팡이 단백질'이라는 뜻을 가진 식품 성분으로, 균류를 발효시켜 얻은 단백질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버섯도 균류에 속하는데, 마이코프로틴은 그중 푸사리움 베네나툼(Fusarium Venenatum)이라는 특정 균류를 활용합니다. 이 균류는 섬유질이 풍부하여 고기와 비슷한 쫄깃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이코프로틴은 1960년대 영국에서 개발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고, 이에 영국 농업∙어업식품부(Ministry of Agriculture, Fisheries and Food, MAFF)는 새로운 식량 자원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영국 식품 기업인 랭크 호비스 맥더걸(Rank Hovis McDougall, RHM)에서 마이코프로틴의 시초가 되는 균주를 발견하고 이를 식용 단백질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균주는 독성이 없음을 입증한 후 1985년부터 ‘퀀(Quorn)’이라는 브랜드로 상업화되었습니다.


마이코프로틴의 주재료 푸사리움 베네나툼은 자연 상태에서 땅속에 존재하는데, 상업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 발효: 대규모 스테인리스 발효조에 물, 포도당 시럽, 질소, 비타민, 미네랄 등을 넣고 여기에 푸사리움 베네나툼 균주를 접종합니다. 균주는 포도당을 먹이 삼아 빠르게 성장하며 단백질 섬유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은 맥주나 요거트 생산과 유사합니다.

2. 수확 및 정제: 발효가 완료된 균사체를 수확한 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핵산을 제거하기 위해 가열 처리합니다.

3. 가공: 정제된 마이코프로틴 덩어리에 달걀흰자 (혹은 비건용 다른 결합제)를 섞어 성형합니다. 이후 햄버거 패티, 소시지, 치킨 너겟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판매됩니다.



© Products based on mycoprotein by Google

마이코프로틴의 장점 및 단점


마이코프로틴은 뛰어난 영양 성분을 자랑합니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하면서도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은 낮습니다. 또한, 식이섬유가 매우 풍부하여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콜레스테롤은 전혀 없으며, 인체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을 모두 갖춘 완전 단백질입니다. 한 논문에 실린 마이코프로틴 100g 당 영양성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Finnigan et al., 2019).

에너지: 85 kal

단백질: 11g

총지방: 2.9g

총 탄수화물: 3.0g

식이섬유: 6g


콩을 발효시킨 두부나 템페와 비교했을 때, 마이코프로틴은 다음과 같은 뚜렷한 장점을 가집니다.

•독보적인 식감: 마이코프로틴의 가장 큰 장점은 고기와 흡사한 섬유질입니다. 닭가슴살처럼 쫄깃한 식감을 구현할 수 있어 고기 대체 식품으로 활용하기 매우 용이합니다. 두부나 템페가 포슬하거나 단단한 식감을 가진 것과 차별화됩니다.

•흡수성 높은 맛: 자체적인 맛이나 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소스나 양념의 맛을 잘 흡수합니다. 덕분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요리 재료로서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지속가능성: 콩 재배에 필요한 토지나 물보다 훨씬 적은 자원을 활용하여 생산되므로 환경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이코프로틴은 미래 식품으로서 많은 잠재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습니다.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이코프로틴은 극히 드물지만 곰팡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Jacobson & DePorter (2018)에 따르면 1,752건의 부작용을 분석한 결과 알레르기 및 위장관 증상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소수의 반응이며 미국 FDA와 영국 식품기준청은 마이코프로틴이 섭취에 안전하다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시장: 아직은 일부 국가에서만 상용화되어 있어 접근성이 낮습니다. 마이코프로틴 제품들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3개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긴 합니다만, 2024년 초 퀀이 네덜란드를 포함한 베네룩스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시장 도입 초기의 어려움도 겪고 있습니다. 이 철수에는 판매 부진 외에도 퀀을 생산∙개발하는 마를로 푸드(Marlow Food)의 주요 특허가 만료되면서 다른 기업들이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 시장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균주를 채취하여 발효하고 가공하는 초기 시설 자본이 비싸기 때문에 기업들의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소비자 인식: 2012년 미국에서 퀀 제품이 '곰팡이'로 만들었음을 충분히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 소송은 퀀이 포장 문구를 수정하고 일정 기간 내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게 환불해 주는 것으로 하여 최대 1억 2,600만 달러 환불금액을 받아들이며 2017년에 합의되었습니다 (Poinski, 2017). 이는 소비자의 원재료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Quorn in Supermarkets in the UK by Google

유럽에서 마이코프로틴에 대한 소비자 인식


마이코프로틴의 소비자 인식은 영국과 다른 국가 간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퀀은 영국에서 40년 가까이 판매되어 온 장수 브랜드로, 영국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마이코프로틴이 미래 식품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먹어온 대체육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Linder, 2024). 실제로 유럽 식품법에서도 Reg. 2015/2283에 따라 1997년 5월 15일 신식품(Novel food) 법안 제정 이전에 섭취된 적 있는 푸사리움 베네나툼에서 추출한 마이코프로틴과 균주 및 생산 고정이 동일할 경우 비신규 식품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마이코프로틴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마이코프로틴이 낯선 신소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식품 신공포증(Neophobia)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마이코프로틴이 시장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교육과 홍보,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퀀처럼 소비자에게 이미 익숙한 일반 대체육 제품군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도 있죠.


사실, 마이코프로틴은 식물성도, 동물성도 아닌 균류(Fungi)에서 유래합니다. 균류는 생물학적으로 식물계(Kingdom Plantae)나 동물계(Kingdom Animalia)와는 별개의 균계(Kingdom Fungi)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마이코프로틴 제품이 식물성 단백질 또는 대체육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유는 동물에서 유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소비자들은 보통 고기나 유제품을 동물성으로, 콩이나 곡물 등을 식물성으로 구분합니다. 마이코프로틴은 이러한 분류 기준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 단백질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기업의 마케팅 관점에서도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 My Forest Foods, Nature's Fynd, The Better Meat Co. by Google

대표 브랜드 및 시장 현황

마이코프로틴은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인 영국의 퀀(Quorn)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이 브랜드는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해 너겟, 소시지, 다진 고기, 패티, 고기파이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퀀외에도 미국의 다양한 회사에서 마이코프로틴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이포레스트 푸드(My Forest Foods)는 마이코프로틴 베이컨을 생산하고,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는 모조 요거트, 새크라멘토 기반의 더 베터 미트 컴퍼티(The Better Meat Co.)는 미트볼을 선보이며 균류 기반 제품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샤우턴(Schouten)이라는 회사에서 마이코프로틴 너겟과 큐브를 2024년부터 개발 및 런칭하였습니다. 이는 마이코프로틴이 단순히 고기 대체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감과 영양 성분을 활용하여 여러 식품군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노치킨 너겟 by 신세계푸드

그럼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2021년 4월 이마트의 노브랜드 버거에서 퀀과 손을 잡고 노치킨 너겟을 출시해 한 달 만에 10만 개를 완판 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Ahn et al., 2024). 이후 퀀은 소매시장에도 진출하여 마트, 온라인 이커머스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마이코프로틴은 생소하지만 퀀이라는 대체육 브랜드로 한 발짝 다가간 것 같습니다.



마이코 프로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셨나요? 낯선 재료이지만, 환경과 건강을 모두 생각하는 똑똑한 식품인 것 같습니다. 김영탁 작가의 책 '곰탕'에서처럼 먼 훗날, 지구온난화와 인구 증가로 고기를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목숨을 걸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마이코프로틴이 훌륭한 대체제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Reference


European Parliament and Council. (2015). Regulation (EU) 2015/2283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5 November 2015 on novel foods, amending Regulation (EU) No 1169/2011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and repealing Regulation (EC) No 258/97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and Commission Regulation (EC) No 1852/2001.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L 327, 1-22.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32015R2283


Finnigan, T. J., Wall, B. T., Wilde, P. J., Stephens, F. B., Taylor, S. L., & Freedman, M. R. (2019). Mycoprotein: the future of nutritious nonmeat protein, a symposium review. Current developments in nutrition, 3(6), nzz021.


Jacobson, M. F., & DePorter, J. (2018). Self-reported adverse reactions associated with mycoprotein (Quorn-brand) containing foods. Annals of Allergy, Asthma & Immunology, 120(6), 626-630.


Linder, T. (2024). What next for mycoprotein?. Current Opinion in Food Science, 58, 101199.


Poinski, M. (2017, February 16). Quorn Foods settles lawsuit over controversial mycoprotein ingredient. Food Dive. https://www.fooddive.com/news/quorn-foods-settles-lawsuit-over-controversial-mycoprotein-ingredient/436298/


안치용, 안지혜, 박채연, 황성현, 이윤진. (2024년 5월 18일). 일주일 만에 1천만 원어치 완판... 곰팡이에 뭘 한 거야. ESG 세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럽 샌드위치 어디까지 먹어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