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준비가 신기루인 이유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완벽한 준비'를 목표로 삼지 말라는 조언입니다. 아니 경쟁력이 있어도 불안한 게 취업인데, 불완전한 준비를 하라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가 싶다면 이 글이 정조준하고 있는 독자인 셈이다.
‘지식의 늪’에 빠지면 계속해서 부족한 것들만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때론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계획을 세우기까지 한다. 일례로 무려 1년짜리 계획을 세운 멘티의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이것은 독이다. 이렇게 해서는 취업이 더 아득해질 뿐이다.
p.105 Part1 3장 'UXer가 되기 위한 커리어 전략' 중
우선 현실적으로 준비란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준비생들이 꿈꾸는 그 완벽의 정체란 '절대성'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내가 만든 포트폴리오가 모든 회사에서 수작이라고 평가받는다면, 나는 '완벽한 준비'를 했다고 자평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이것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확률이 매우 희박, 아니! 불.가.능.합니다. '맞아, 나는 아직 부족하니까...'와 같이 능력 부족 등 여러 이유들을 떠올릴 텐데 다 틀렸습니다. 이것은 그냥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UX 분야는 방대합니다. 그만큼 포지션마다 중요시 여기는 핵심역량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포지션은 시각화 역량이 중요한데 반해, 어떤 포지션은 전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 또한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보는 사람(회사)마다 다른 게 어찌 보면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시각화 역량도 보여주고 그렇지 않은 역량도 골고루 보여주면 되지 않겠냐며 반문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도 틀렸습니다!
그런 포트폴리오라면 이미 위와 같이 핵심역량이 한쪽으로 명확한 전형에서는 끝내 엣지를 잃고 맙니다. 사실 회사의 입장은 겉보기엔 여러 역량을 고루 커버할 수 있는 지원자를 원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심 원하는 역량이 치우쳐 있을 수도 있다. 그게 외적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다. (물론 스타트업의 경우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할 확률이 높긴 합니다.)
특정 맥락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모든 UXer가 잘했다고 평가할 반열에 오를 포트폴리오란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입니다. 취업이라는 현실게임의 룰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필요로부터 나오기에 역설적으로 완벽은 절대성보다는 '상대성'에서 탄생합니다.
내가 나름 전형을 분석해서 그들이 원하는 역량에 나의 가치를 잘 버무려야 합니다. 매칭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단, 주의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합격이라는 소망을 위해 나를 지우고 무조건 회사에 맞추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 또한 내가 생각하는 주역량을 그 회사가 보고자 한다는 판단이 섰다면, 이제 풀배팅해야 합니다. 이것을 저는 '전략'이라고 부르죠.
여러분, 합격한 사람들은 뭘 그리 완벽했길래 합격하고, 떨어진 사람들은 그럼 뭐가 그리 부족했길래 떨어졌을까요? 물론 누가 봐도 부족한 게 있다? 그럼 채우면 그만입니다. 그런 진단은 오히려 대응이 용이합니다. 문제는 도저히 차이를 모르겠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입니다.
위에서 말한 '상대성' 이것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직무 적합성'이라고 부릅니다. 소위 'Fit'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전형에서 찾는 사람이 그저 아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내가 부족한 게 반드시 탈락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많은 공부와 준비를 했다면 '직무 적합성' 결여일 수 있고, 이것은 마치 사람 간의 만남에서 인연이 아닌 것처럼 쿨하게 여겨야 할 이벤트입니다. 실패라기엔 오히려 잘된 것일 수도 있는 것이죠.
왜 나면... 하며 그만 억울하세요. 합격한 운 좋은 이들, 결국 회사와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일 수 있습니다. 에이 설마 그런 것 때문에...라고 생각할 테죠. 면접관 입장이 되어 사람들을 뽑는 역할을 해보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부지런히 나의 장점을 캐치하고 이를 주역량으로 어필하세요. 부지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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